[파이낸셜뉴스]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을 숨긴 채 피임도구 없이 성관계를 한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18일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9)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31일 HIV 감염 사실을 상대에게 알리지 않고 피임도구 등 감염 예방기구 없이 B씨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성 접촉에 의한 다른 질병에 걸렸다가 감염 경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가 HIV 감염임을 알게 됐다. 다만 B씨는 HIV에 감염되지는 않았다.
법원은 피해자의 실제 감염 여부와 무관하게, 상대방에게 중대한 불안과 공포를 안긴 행위 자체를 중대 범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B씨가 큰 정신적 충격과 공포를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는 점, A씨가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피해 보상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실제 HIV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성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원은 상대방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했다.
HIV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수년간 별다른 증상이 없는 잠복기가 이어질 수 있는데, 이 시기에도 바이러스는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서서히 파괴한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평균 8~10년 사이 면역 기능이 크게 떨어져 에이즈 단계로 진행될 수 있다. 현재는 HIV를 조기에 발견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감염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법이 시행되고 있다. HIV 감염인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행위(성관계 등)를 할 때, 피인도구 사용 등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이는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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