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의 '동결' 기조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된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강화하면서, 한은 역시 금리 인하 사이클을 멈추고 관망세를 유지할 명분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환율 등 금융시장의 반응도 전반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이번 금리 인상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재료인 데다, 추가 인상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원화 강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OJ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정책위원 9명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우에다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추가 인상 기조를 확인했다. 다만 금리 인상의 종착점인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글로벌 긴축 선회에 한은 '추가 인하 없이 동결' 부담 덜어
이번 일본의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한 차례 정도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고환율과 물가 압박 등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BOJ, 유럽중앙은행(ECB) 등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점차 긴축적으로 변하면서 한은의 동결 기조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 흐름이 매파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무리하게 금리를 내려 원화 약세나 자본 유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최근 미국 이외의 지역 국가들이 대부분 금리 인상이나 동결 분위기로 가고 있다"며 "한은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춰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환율 '선반영' 인식에 잠잠…1회 이상 추가 인상 여부가 관건
당초 시장에서는 BOJ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동조화 경향이 강한 원화도 덩달아 강세를 보이면서 고환율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2.0원 내린 1476.3원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의 경우 오히려 BOJ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이 이미 충분히 선반영된 재료라고 인식했다. 지난 7월 금리 인상 직후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검은 월요일' 사태와 달리, 시장의 뇌관이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 투자) 청산 공포도 사실상 소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의미 있는 강세(환율 하락)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시그널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한다.
박 위원은 "내년에 일본이 한 번 이상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긴축 기조를 명확히 한다면 엔화 강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이 경우 원화 역시 엔화 흐름에 동조해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긴축 전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인상만으로는 원화 가치를 밀어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공격적인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상징적으로 1%대 금리를 기록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경제와 정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등 부담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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