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보유량 최근 3년 내 최저…'영화표 부재' 부채질
헌혈자 "헌혈 위해 희생하는 점, 인정 못 받아 "
일부는 헌혈 카페로 이동, 구조적 한계도 존재
전문가 “단순 금액 보상 이상의 문제”
헌혈자 "헌혈 위해 희생하는 점, 인정 못 받아 "
일부는 헌혈 카페로 이동, 구조적 한계도 존재
전문가 “단순 금액 보상 이상의 문제”
[파이낸셜뉴스] 연말까지 혈액 부족이 지속되면서 헌혈 참여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와 보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혈이 ‘생명을 잇는 공익적 나눔’ 활동인 만큼, 적절한 보상을 통해 헌혈자가 명예를 느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24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은 적정량인 5.0일분에 크게 밑도는 3.4일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17일 기준 7.7일분의 절반 수준이다. 2023년 6.0일분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적십자사는 “독감 유행과 방학에 따른 단체 헌혈 감소, 병원의 혈액 수요 증가 등이 혈액 보유량이 낮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혈자들 사이에서는 평소 헌혈자에 대한 예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0차례 이상 헌혈에 참여한 직장인 김모씨(32)는 “시간과 몸 상태를 관리하며 헌혈에 참여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헌혈자가 온전히 감당하는 상황”이라며 “예우를 제대로 해주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생명 나눔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 헌혈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적십자사가 수급 차질로 헌혈자에게 기념품 지급을 중단한 것도 헌혈자들 사이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는 물품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 헌혈이라는 공익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관심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투영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일부 헌혈자들은 기념품 선택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산업보건협회 한마음혈액원의 ‘헌혈 카페’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혈자에 대한 예우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홍대 헌혈 카페를 찾은 대학생 A씨(22)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같은 지역에 헌혈의 집과 헌혈 카페가 있지만, 선택지가 많은 곳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적십자사의 헌혈 기념품 가운데 선호도가 높았던 영화관람권은 하반기 구매 입찰이 연이어 유찰되면서 지난달부터 지급이 중단됐다.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국가계약법상 적십자사의 예정가격인 5000원 이상을 써낸 것이 유찰 배경이다.
반면 헌혈 카페는 아직 영화관람권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헌혈 카페는 일부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어 전국 단위 인프라를 갖춘 적십자사의 감소분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적십자사는 기념품 논란이 전체 헌혈 참여 감소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30대를 포함한 중장년층의 헌혈이 전체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연령대의 헌혈 참여는 최근 5년간 40만명 선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헌혈자 다수가 기념품 여부와 관계없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며 "기념품 가치 하락에 대해서도 매년 물가 상승을 고려해 다양한 품목을 선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헌혈자 선호도를 반영한 기념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헌혈 참여를 단순히 기념품 유무로만 해석하기보다 헌혈자의 성의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기민 한양대 보건학과 교수는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인데, 이를 단순한 금액 기준으로만 접근하면 헌혈자의 존엄성이 훼손됐다고 느낄 수 있다"며 "헌혈의 가치를 분명히 드러내고 명예로 기리는 방식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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