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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AI에 28조 쏟아붓는 日, 내년 소프트뱅크 주도 합작사 신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1 11:23

수정 2025.12.21 11:23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이 국산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이르면 내년 봄 소프트뱅크 주도로 합작사를 설립하고 1조 파라미터 규모의 AI 기반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해당 모델은 일본 기업들이 자사 용도에 맞춰 AI 활용을 할 수 있도록 개방될 예정이며 향후 로봇용 AI 개발로 연결될 예정이다. 일본 관·민은 국산 AI 개발에 총력을 다해 앞으로 주류가 될 '로봇용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겠다는 구상이다.

■1조 파라미터 기반 모델 개발해 국내 기업에 개방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일본 관·민이 3조 엔(약 28조2195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국산 AI 개발 계획의 전체 윤곽이 밝혀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봄 소프트뱅크 등 일본 기업 10여 곳이 출자해 합작사를 설립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AI 기반(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합작사에 내년부터 5년간 약 1조 엔(약 9조4065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비용으로 3000억 엔(약 2조8220억원) 이상을 반영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내년부터 6년 간 AI 개발·제공에 활용할 데이터센터에 2조 엔(약 18조8130억원)을 투자한다.

합작사는 소프트뱅크와 AI 개발 기업인 프리퍼드 네트웍스(Preferred Networks)의 AI 기술자를 중심으로 약 100명 규모의 인력이 투입된다.

합작사는 세계 주요 AI가 달성하고 있는 ‘1조 파라미터’ 규모의 기반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 모델은 일본 기업들에 개방돼 각 기업이 자사 용도에 맞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향후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 탑재용 AI 개발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합작사는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를 대량 조달해 AI 학습에 사용되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경제산업성이 설비 구축 비용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학습에 활용할 데이터의 수집 및 구매 비용도 보조할 방침이다. 해외 AI에 비해 전력 소비가 적은 AI 개발을 목표로 하는 만큼 'GX(녹색전환) 경제이행채'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GX 경제이행채는 일본 정부가 탈(脫)탄소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지난해부터 발행됐다.

소프트뱅크는 국산 AI 개발이 촉매제가 돼 국내에서 AI 수요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에 상응하는 이용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시와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며 내년 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요미우리는 "국산 AI 개발·제공에 이 두 곳의 데이터센터가 활용될 전망"이라며 "투자는 기업들의 AI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미래 핵심산업될 로봇용 AI 잡아라' 각국 총력전
일본 관·민이 국산 AI 개발에 이처럼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일본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언어 뿐 아니라 영상·음성 등 서로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성능이 더욱 향상되며 향후 로봇을 움직이는 두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봇이라는 '신체'를 지닌 AI가 제조업 등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면 제품 개발과 생산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이에 각국은 로봇 탑재를 염두에 둔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의 성능은 데이터의 질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일본 제조업이 공장 등 현장에서 축적해 온 데이터는 로봇에 탑재되는 AI의 학습 데이터로 중요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해외 AI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접근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기업의 데이터에 노하우가 집약돼 있는데 이를 해외 기업의 AI에 넘겨 학습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국산 AI 개발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한편 국산 AI 개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AI 성능 향상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거액 지원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내년부터 매년 진행 상황을 심사해 중단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요미우리는 "막대한 국비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 변화에 맞춘 유연한 계획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