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시 퇴출 세부기준 마련 시급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21.8%를 기록했다.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 2021년 16.2%에 그쳤지만 2022년 17.7%, 2023년 19.1%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웃돌았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생존 한계에 다다른 부실기업을 뜻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계기업 비중 역시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4000선을 넘나들고 있지만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전개되면서 중·소형주의 재무상황은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형주의 기업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고, 실적개선이 뚜렷했던 섹터도 없었다"며 "개정 상법도 시행됐지만 중·소형주 신뢰가 제고됐다고 평가할 만한 사례도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만연한 한계기업은 주식시장 경쟁력을 꺾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코스닥시장 내 한계기업이 모두 퇴출됐을 때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840선에서 37%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이 코스닥 시장 수익률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넣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올해 초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목표로 상장폐지 절차를 대대적으로 손질한 바 있다. 상장유지 기준도 엄격해졌다. 내년부터 시가총액이 150억원 밑이거나 매출액 30억원 미만인 코스닥 기업은 국내 증시에서 퇴출되는데, 당국은 14개 기업이 여기에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실기업이 제때 퇴출되는 선순환 구조로 정착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상장유지 세부기준을 더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장폐지가 이뤄지려면 기업 시총이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돼야 한다. 하루라도 주가가 급등해 기준을 넘길 경우 증시 퇴출을 피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을 강조하는 가운데 부실기업에까지 자금이 유입되지 않도록 적용기준 전반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한계기업의 조속한 퇴출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막대한 금융지원이 꼽힌다"며 "모험자본 공급에만 치중해 자금이 한계기업으로까지 유입되는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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