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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완주 경험' 적은 K제약… 정부 주도 지원책 절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1 18:24

수정 2025.12.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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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K바이오 기술수출 (하)
시장 안착한 한국 신약 단 1건 뿐
개발 주도권 대다수 해외로 넘어가
국내 기업들 임상 허가 경험 부족
정부, 1500억 펀드 만들려하지만
"글로벌 임상은 조단위 자금 필요"
'신약개발 완주 경험' 적은 K제약… 정부 주도 지원책 절실
연간 기술수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하며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력이 실질적인 성과가 가시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수출 호황이 곧바로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의 도약을 의미하지는 않는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연간 기술수출 20조원 돌파는 의미있는 성과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약을 끝까지 개발해 본 '완주 경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20조~30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은 신약 개발 역사로 보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낸 놀라운 성과"라면서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라고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산업이 아니며, 결국 시간과 경험이 축적돼야 글로벌 빅파마가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술수출 이후 개발 주도권이 해외 파트너로 넘어가면서 후기 임상, 허가, 상업화 경험이 국내에 충분히 축적되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기술수출이 늘수록 산업 외형은 커지지만, 정작 '끝까지 가본 경험'은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K바이오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은 글로벌 임상 허가와 시장 진입 역량이라는 지적이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신약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는 데 평균 10~15년이 걸리고 비용은 3조~4조원에 달하며, 성공 확률은 만분의 1 수준"이라며 "이 구조는 단일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이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허가를 받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의미 있는 시장성을 확보한 사례는 사실상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미국 판매명 엑스코프리)'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임상 3상 지원 및 1500억원 규모 펀드 조성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임상 3상은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1500억원 규모의 펀드로는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바이오 선진국들처럼 공공이 앞단을 받치고 민간이 상업화를 주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후기 임상과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축적돼야 인재와 자본이 다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수출 이후 공동 개발 확대, 로열티 기반 수익 모델 강화, 글로벌 임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기존 제도를 조금씩 손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K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산업 전체를 조망하는 보다 창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완결형 신약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으며, 오픈 이노베이션과 단계적 성장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