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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호 인투씨엔에스 대표 "AI로 반려동물 진료 절차 대폭 단축…실시간 건강상태 탐지"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2 17:21

수정 2025.12.22 09:48

허성호 인투씨엔에스 대표가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투씨엔에스 제공
허성호 인투씨엔에스 대표가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투씨엔에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이 수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사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많은 동물과 보호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만드는게 궁극적 목표다."
허성호 인투씨엔에스 대표는 22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동물 진료 현장에 AI를 도입하면 진료 시간을 절약하고, 진료 일관성·재현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수의사가 진료, 처방, 보호자 상담, 기록 작성, 보험 청구, 내부 커뮤니케이션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전자의무기록(EMR)과 보호자 응대에 쓰이는 시간이 너무 많아 정작 환자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성 기록과 차트 작성 같은 행정성 업무를 줄이고, 진료 중 놓치기 쉬운 정보와 패턴을 보완하며, 보호자에게 복잡한 의학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진료 대화 실시간 분석
국내 동물병원 EMR 시장 점유율 1위인 인투씨엔에스는 동물 진료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동물의료 정보기술(IT) 전문 기업이다. 반려동물 뿐 아니라 야생동물, 전시동물, 산업동물, 실험동물 등 5개 축을 중심으로 현장 운영 방식과 데이터를 반영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4월 네이버페이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해 결제, 예약 등 네이버페이 시스템을 동물병원과 연결했다.

음성 만으로 차트를 작성하는 ‘AI 스크라이빙’ 기술이 대표적이다. 인투벳 EMR과 AI 펫케어 기업 에이아이포펫의 음성 AI를 연동해, 수의사와 보호자의 대화를 실시간 분석하고, 주관적·객관적·평가·계획(SOAP) 정보를 자동 정리한다. 단순히 받아 적는 수준이 아니라 불필요한 대화를 걸러내고, 감별진단(DDx), 권장 검사, 치료 계획까지 제안하는 진료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인투펫 AI 리포트는 인투펫 앱과 연동된 AI 기반 보호자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진료 결과와 건강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반려동물이 직접 말하는 형식으로 보호자에게 리포트를 전달한다.

병원과 보호자의 통화 내용을 AI가 자동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인투로그 시스템도 갖췄다. 가령 ‘약’, ‘진료’, ‘예약’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관련 대화와 기록을 바로 찾아준다. 허 대표는 "응대 속도와 내부 커뮤니케이션 정확도를 높여 병원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기기로 반려동물 건강 실시간 진단
반려견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인투씨엔에스가 케어식스와 공동개발한 '코튼 AI 센스 1 벳(Cotons AI Sense 1 Vet)'은 반려동물 목에 채워 실시간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기기다. 지난 2023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초기엔 갑작스런 위급 상황에 대비해 심박 변화 위주로 모니터링이 가능했지만 최신 버전은 산소포화도, 표피 온도, 호흡수, 움직임, 소리 등 다양한 생체·임상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다. 입원한 동물의 수술 후 상태를 확인하는데 효과적이다. 생체 신호 모니터링 영역에서 제주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300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학습했다. 기존 환자감시장치와 비교했을 때 약 95% 수준의 정확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허 대표는 "일반 입원케이지를 준 중환자실(ICU)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응급 상황에는 알림을 보내 빠른 조치를 돕는다"고 했다.

허 대표는 병원마다 진료 방식과 기록 체계, 장비 환경이 모두 달라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정제·표준화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인투씨엔에스는 AI 스크라이빙을 통한 진료 보조, 인투펫 AI 리포트 기반 보호자 커뮤니케이션 강화, 스마트 병원 시스템을 통한 운영 효율화 등 AI 고도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허 대표는 "국내 2000개 이상 병원의 실제 진료 데이터와 워크플로우를 기반으로 AI 스크라이빙, 인투펫 AI 리포트, 인투로그 등이 EMR과 깊이 연동돼 있다"면서 "반려동물 뿐 아니라 야생동물, 전시동물, 산업동물, 실험동물 등 다양한 분야의 시스템을 개발하며 축적한 폭넓은 데이터가 AI 모델의 범용성과 확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AI 기반 동물 진료의 미래로 △진료 의사결정 보조 고도화 △반려동물 맞춤형 헬스 코치 AI △스마트 AI병원 운영 등을 꼽았다.


그는 "AI 스크라이빙이 가진 기록에 기반한 1차 제안 수준을 넘어 질환별 데이터 기반의 진단과 예후 예측, 치료 옵션 추천까지 지원하는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진료실 밖에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EMR, 생활 데이터를 통합해 반려동물 개체마다 맞춤형 루틴과 케어 플랜을 제시하는 AI 에이전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