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마가 분열 속 “서로 배제 말자”…밴스, 보수 통합 리더로 부상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2 10:07

수정 2025.12.22 10:06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미국 보수 진영의 통합을 외치며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진영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마가 진영의 핵심 청년 보수 활동가였던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는 밴스를 제48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서로를 배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마가 진영의 통합을 강조, 차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밴스 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USA 행사에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마가 진영의 단합을 호소했다. 터닝포인트USA는 지난 9월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찰리 커크가 설립한 보수 청년 단체다.

커크는 마가 진영 내에서 청년층을 결집시킨 핵심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커크 사망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행사에서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끝없는 순수성 테스트로 지지자들을 걸러내며 역사상 가장 큰 정치 연합을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미국인은 초대받았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부자든 가난하든, 젊든 늙었든, 시골이든 도시든, 논쟁적이든 다소 평범하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이 이날 통합을 강조한 배경에는 행사 기간 동안 마가 진영 내부 분열이 격렬하게 표출된 점이 자리하고 있다. 마가 진영의 인기 보수 팟캐스터 벤 샤피로는 개막 연설에서 터커 칼슨, 캔디스 오언스, 스티브 배넌 등 마가 진영 내 영향력이 큰 인사들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보수 운동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원칙을 말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음모론과 거짓을 퍼뜨리는 일부 사기꾼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샤피로는 칼슨이 자신의 방송에서 백인 민족주의자이자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인 닉 푸엔테스 등 극단적 인사들과 인터뷰한 점을 문제 삼았다. 칼슨은 마가 진영의 대표적인 미디어 스타다. 샤피로는 오언스에 대해서도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언스는 커크의 사망을 단순한 범죄 사건이 아니라 조직적 음모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어왔다.

이후 칼슨은 터닝포인트USA 무대에 올라 샤피로를 겨냥해 “원칙을 배신한 인물”이라며 “찰리 커크를 기리는 행사에서 누군가를 ‘플랫폼에서 배제하자’거나 공개적으로 규탄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넌 역시 샤피로를 “암과 같은 존재이며, 그 암은 퍼진다”고 표현하며 “샤피로는 MAGA와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마가 진영의 분열은 찰리 커크 사망 이후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커크가 생존해 있을 당시에는 내부 분쟁이 비교적 억제됐지만, 그의 부재 이후 보수 진영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공개적으로 분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샤피로 등은 보수 운동이 지속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음모론과 극단주의와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진영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엘리트가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하는 순간 보수 운동은 생명력을 잃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음모론’이나 ‘극단’이라는 규정 자체가 엘리트의 검열 도구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역시 행사에 참석해 “진짜 적은 스티브 배넌도, 터커 칼슨도, 벤 샤피로도 아니다. 찰리를 살해하고 이를 매일같이 축하해 온 급진 좌파”라며 내부 분열이 아닌 결집을 촉구했다.


한편 에리카 커크는 3만1000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우리는 제 남편의 친구인 JD 밴스를 제48대 대통령으로, 가장 압도적인 방식으로 당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닝포인트USA가 물밑에서 밴스의 대선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10여 명 이상의 참석자들과의 인터뷰 결과, 상당수가 트럼프 이후 밴스가 정권을 이어받거나 최소한 확실한 선두 주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에리카 커크와 JD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에리카 커크와 JD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