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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트럼프 AI 수출 전략 동참…한미 AI 공조 강화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2 10:30

수정 2025.12.22 10:30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공식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인공지능(AI) 기술 수출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AI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에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동참하면서, 첨단기술을 축으로 한 한미 공조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은 최근 미 미국 상무부가 추진 중인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프로그램은 AI 반도체, 서버, 가속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을 하나의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패키지로 묶어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AI 지배력을 유지, 확장하고 적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I 풀스택 수출을 적극 장려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산 AI 기술이 전 세계에 더 널리 퍼질 수록 글로벌 시장의 미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국을 대체 기술로 선택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주도하더라도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오랜 동맹국과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스택 가운데 반도체 등 하드웨어 계층에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엣지 디바이스를 포함한 풀스택 역량을 통해 미국 주도의 AI 공급망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상무부가 검토 중인 '신뢰하는 파트너(trusted partner)' 제도에 대해서도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SK그룹 역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기업을 포함하는 것이 정책, 기술, 수출 성장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동맹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산업은 이미 여러 기업이 협력하는 사실상의 글로벌 컨소시엄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배타적인 공식 컨소시엄 구성은 지양해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구상은 AI 반도체 수출을 광범위하게 통제했던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대비된다.
통제보다 확산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컨소시엄 참여 기업은 미국의 수출통제 체제와 대외 투자 규정을 전면 준수해야 해,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무부가 외국 기업 참여를 허용할 경우 삼성전자와 SK그룹은 미국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AI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