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킨 쿠팡에 대해 또다시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 산업재해 등 의혹이 제기된 만큼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정조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2일 유통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 동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5개 국회 상임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연석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석 청문회는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진행한다"며 "청문회를 통해 미흡한 부분이나 추진돼야 할 부분 명확해진다면 고발 조치와 국정조사, 실제적으로 (김범석 의장에 대한) 동행 명령장을 통해 참석을 강제할 수단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17일 과방위원회가 개최한 쿠팡 청문회에 이어 이번 연석 청문회까지 쿠팡에 대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당시 김 의장이 끝내 불출석한 데다 대신 참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마저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면서 청문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시간 낭비'라는 불만이 지속된 바 있다.
과방위는 청문회에 불출석한 김 의장을 고발했고, 여당은 최근 국회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국내 입국 자체를 금지하는 '김범석 입국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날 국세청은 쿠팡 본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도 진행하는 등 쿠팡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고발을 포함해 징벌적 손해배상, 기업 페널티 부과,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형사처벌,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영업정지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쿠팡의 미온적인 대응을 지적하며 '영업정지'라는 초강수 카드를 뽑아 들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오후 KBS 뉴스라인W에 출연해 "쿠팡이 피해 회복 조치를 적절히 실행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다수의 소비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확산될 수 있어 긴급히 예방해야 할 경우 등에 한해 전자상거래 사업에 대해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절차와 요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쿠팡에 대해 발동할 경우 타격이 극심할 전망이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쿠팡의 택배운송사업자 인허가권 박탈을 논의하고 있는 점은 실질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택배 인허가권을 박탈할 경우 쿠팡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배송을 할 수 없어 사실상 영업정지에 준하는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쿠팡은 개선 의지도 의심받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택배 분야 사회적 대화기구' 4차 회의에선 2021년 합의된 1·2차 사회적 대화 사안을 이행하지 않는 쿠팡에 대해 여당 의원들과 노동계, 경쟁 택배사 등 참석자 대부분이 집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합의된 1·2차 사회적 대화에서 택배사들은 물품 분류작업을 배송 기사가 아닌 전담 인력에게 맡기고, 사회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쿠팡 기사들은 자신의 차량에 실을 물품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고, 사회보험료도 영업점과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는 쿠팡에 대해 법이나 시행규정 등으로 강제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에선 집단소송까지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인 쿠팡 Inc. 주주 조셉 베리는 지난 18일 쿠팡 법인과 김 의장 등을 상대로 증권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배상은 물론, 향후 쿠팡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쿠팡 측은 국회의 청문회 개최 등 압박과 정부의 영업정지 추진, 미국 내 집단소송 등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책임 회피 논란이 일어난 '해킹·불법 접속으로 발생한 손해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용약관상의 면책 조항을 삭제하는 등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쿠팡을 제재할 수 있는 모든 방안과 수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창사 이래 이 정도의 위기는 없었다"며 "연석 청문회에선 김 의장의 출석 등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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