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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물가·환율 불안 야기한 31개 업체 세무조사…탈루금 1조원 규모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3 12:00

수정 2025.12.23 12:00

[파이낸셜뉴스] #. 가구 제조업체 A사는 담합업체들과 사다리 타기·제비뽑기 등을 통해 낙찰 순번을 정해 나눠먹기식 수주를 하면서 들러리 업체에게 입찰 포기의 반대급부로 공사 계약금액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담합사례금으로 지급했다. 여기다 담합사례금을 지급·수령하는 과정에서 실물 거래 없이 들러리 업체로부터 거짓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역으로 들러리 업체가 돼 거짓 매출세금계산서를 교부하기도 했다.

국세청 전경. 뉴시스
국세청 전경. 뉴시스

국세청이 가격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물가불안을 부추겨 민생경제를 어렵게 만들면서도 정당한 납세의무는 회피하고 부당한 이득을 챙겨 온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격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 △외환 부당유출로 환율 불안을 유발하는 기업 등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총 31개 업체다. 이들 업체의 전체 탈루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이른다.



가격담합, 시장 지배력 남용 등 비(非)시장적 수단을 이용해 수요와 공급에 따른 정상가격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격을 부풀려 동종업계 대비 높은 초과이윤을 챙긴 독과점 기업은 7개로 A사의 사례가 해당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원재료를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한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은 4개다.

해당 수입기업은 사주의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과정 중간에 끼워넣고, 관세 감면을 받은 원재료를 저가에 공급하는 등 부당하게 이익을 분여했다. 특수관계법인에게 할당관세 적용품목 수입과 관련된 선적·물류·통관 등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면서 관련 수입대행용역을 과세가 아닌 면세로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하기도 했다.

치킨, 빵 등 서민들의 지출 비중이 높은 외식분야에서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은근슬쩍 중량만 줄이는 용량꼼수를 통해 편법적인 방법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는 9개다. 이들은,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실질가격을 높이는 숨은 가격상승 행위로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켰다.

법인자금을 편법으로 유출해 고가의 해외자산 등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외환 수요를 증가시키거나, 외화자금의 원활한 유치 목적으로 도입된 대외계정을 이용해 국외로 외환을 부당하게 빼돌린 외환 부당유출 기업은 11개다.

이번 조사대상 업체들은 법인자금을 사용해 단순히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는 것을 넘어 가족 전체를 이주시키고 고액 부동산, 고급콘도, 호화요트 취득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치생활을 영위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100% 자회사인 해외 현지법인에 지급보증용역을 무상 제공해 국내은행에서 거액의 외화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차입금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법인의 외화자금을 업무와 무관한 고가의 자산을 취득하는데 사용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물가・환율 상방압력을 유발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조세범처벌법상 장부·기록 파기 등 증거인멸 행위나 재산은닉 등 범칙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해 징역·벌금 등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