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통일교로부터 그 어떠한 불법적인 금품 수수가 없었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강력하게, 결단코 드리도록 하겠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계열 단체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 500권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책 구매 비용에 대해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워 불법을 단정할 순 없지만, '편법'을 이용한 사례로 해석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실제 통일교에서 책 500권을 모두 수령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불법 요소를 띄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 불법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피의자로 지목된 정치인 중에서도 전 의원에 대한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
전 의원은 2018년쯤 통일교로부터 한일 해저터널 개통 등 교단 현안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통일교 산하 재단이 2019년쯤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 직후 책 500권을 1000만 원에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함께 지목된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현 대한석탄공사 사장)보다 앞서 지난 19일 전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조사에서 경찰은 최근 드러난 통일교 산하 재단의 책 구입 경위에 대해서도 물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전 의원은 14시간 넘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그 어떠한 금품 수수도 없었다"면서도 '통일교 측이 책 500권을 산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통상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많은 양의 책을 구매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하지만 500권과 1000만 원의 금액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100권에서 많으면 200권 정도까지 구매하는 경우는 봤어도 500권까지 구매했다는 건 이례적으로 보인다"면서도 "구매한 만큼 책을 가져갔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부분을 이용한 편법적 행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출판기념회 등의 후원금은 현행법상 모금 한도가 없고 내역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며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행위로 보아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책을 모두 가져가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앞서 대법원은 2017년 7월 뇌물 혐의로 기소된 신학용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 전 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위한 특혜성 법안을 발의해주는 대가로 출판기념회에서 축하금으로 336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500권을 구매한 뒤 그 500권이 통일교나 관계자 등에게 그대로 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책 값 명목으로 지급한 뒤 책을 모두 받아가지 않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특히 구매에 대가 목적이 있었다면 뇌물죄까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