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상, 2026년 고교 유격수 랭킹 No.1
투타 발군 활약으로 덕수고 청룡기 우승 이끌어
야수이면서도 153km에 탁월한 변화구 감각
2학년 청소년대표 주전 유격수
KIA 팬들 "박찬호 빠져서 엄준상 뽑아야" 한 목소리
투타 발군 활약으로 덕수고 청룡기 우승 이끌어
야수이면서도 153km에 탁월한 변화구 감각
2학년 청소년대표 주전 유격수
KIA 팬들 "박찬호 빠져서 엄준상 뽑아야" 한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 팬들의 겨울은 유독 춥다. 단순히 날씨 탓이 아니다. 수 년간 타이거즈의 센터라인을 든든하게 지켰던, ‘연평균 140경기-타율 0.280-20도루’를 보장하던 박찬호가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최형우의 공백도 뼈아프지만,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박찬호의 이탈은 당장 대체 불가 판정을 받을 만큼 치명적이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아래로, 아마야구로 돌려보면 절망하기엔 이르다.
엄준상은 갑자기 튀어나온 신데렐라가 아니다. 자양중 시절부터 서울권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된 ‘특급 유격수’였다. 당시 자양중 추성건 감독이 “중2지만 지금 당장 드래프트에 나가도 지명될 것”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던 재능이다.
고교 진학 후에도 그의 재능은 숨겨지지 않았다. 신입생의 2월 훈련합류가 엄격히 제한된 서울권 규정 탓에 팀 훈련을 며칠 소화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엄준상은 1학년 3월 명문고열전 결승전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당시 고교 최대어였던 정우주(전주고)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뽑아내는 등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충격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정우주는 해당 명문고열전을 통해서 150km의 강속구를 과시하며 전체 1번 후보로 급부상 한 상태였다.
2학년이 된 2025년, 엄준상은 기어이 ‘대형 사고’를 쳤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덕수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결승전 상대가 라이벌 하현승이 포진한 부산고였다는 점이 더욱 뜻 깊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의 ‘툴(Tool)’이다. 그는 유격수지만 마운드에서 최고 153km의 강속구를 뿌린다. 올 시즌 투수로 40.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0.66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타석에서는 타율 0.344에 홈런 2개를 쏘아 올렸다. 군산상일고 석수철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2학년인 그를 주저 없이 주전 유격수로 발탁했고, 그는 세계무대에서도 공수주 맹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약진을 이끌었다.
엄준상의 최대 강점은 ‘강견’에서 나오는 수비의 여유다. 발은 빠른 편이 아니다. 하지만 타구를 잡은 뒤 송구까지의 동작이 물 흐르듯 유연하고 빠르다. 어깨가 워낙 강해 깊은 타구도 여유 있게 처리한다.
타격 또한 ‘거포 유격수’였던 강정호나 홍세완을 연상시키는 파워 히터 유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수도권 A 구단 스카우트는 “투수로서의 감각이 너무 좋아 투수로 탐내는 구단도 많을 것”이라면서도 “방망이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가 가진 운동 능력은 진짜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선수 본인은 유격수 자리에 대한 애착과 욕심이 확실하다.
KIA 타이거즈는 다가오는 2026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번 지명권을 행사한다. 현재 고교 야구계의 ‘빅3’는 하현승, 김지우, 그리고 엄준상이다. 변수는 하현승과 김지우의 메이저리그 도전 여부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 잔류를 선택한다고 가정했을 때, 판세는 KIA에게 흥미롭게 돌아간다.
1순위 키움은 이미 박한결, 김지석 등 유망주 내야수를 다수 수집했다. 최근 2년간 염승원, 여동욱, 전태현, 어준서 등 내야수 자원만 6~7명 이상을 수혈했다. 내야보다는 ‘초고교급 외야수’ 하현승을 선택할 명분과 실리가 크다.
2순위 두산은 공교롭게도 KIA에서 FA로 박찬호를 데려갔다. 최소한 4년은 이 자리는 박찬호의 것이다. 여기에 유격수 자리에 쓸 수 있는 안재석이라는 1차지명 유격수 유망주도 있다. 김원형 감독은 박준순의 포지션을 2루수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유격수보다는 거포 3루수 자원인 김지우가 팀 구성상 더 매력적인 카드라는 의미다. 이 시나리오대로 라면 전체 3순위 지명권을 쥔 KIA에게 엄준상은 ‘운명처럼’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해당 선수들이 지금의 기량을 내년까지 유지하고 새로운 다크호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1년 뒤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계속 새로운 선수들은 나온다. 프로야구가 절정에 이른 지금 저출산의 압박은 야구쪽에서는 아직 그 징후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교 무대에는 지금도 선배들의 아성을 위협하는 무서운 10대들이 자라고 있다.
물론, 이들이 곧바로 프로에 들어와서 잘할 수는 없다. 무조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준상은 KIA 뿐만 아니라 유격수를 필요로 하는 구단들의 고민을 언젠가는 씻어줄 수 있는 가장 확률높은 ‘로또 복권’임은 분명하다. 적어도 2025년 12월 27일 현재 시점까지는 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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