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른다' 기대 지배적…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안 나와
올해 마감 전 나흘 남아…한은 "시장 안정 노력 지속"
파죽지세 환율 1,500원 코앞…당국 배수진에도 시장은 상승 베팅'더 오른다' 기대 지배적…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안 나와
올해 마감 전 나흘 남아…한은 "시장 안정 노력 지속"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정부와 한국은행이 연말 외환시장 안정에 배수진을 친 와중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달러 수급 불균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높은 추가 상승 기대가 환율을 연고점 직전까지 끌어올린 모양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5원 상승한 1,483.6원으로 집계됐다.
이틀 연속으로 1,480원 위에서 마감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과 13일(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내린 1,480.0원으로 출발했으나, 오후 12시27분께 1,484.2원까지 뛰어 지난 4월 9일의 연고점(장중 1,487.6원, 종가 1,484.1원)을 목전에 뒀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지난 4월 9일 102∼103에서 이날 98까지 하락했는데도 환율이 비슷한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원화 값은 그만큼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로 평가된다.
정부와 한은이 유례 없는 시장 안정 대책을 연달아 쏟아냈지만, 환율 상방 압력을 억누르는 데 역부족으로 보인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 대응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 구조적으로 확대된 달러 수요와 자본 유출 등 환율 상승 요인을 직접적으로 완화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정책 프레임이 현재 외환시장이 직면한 환경과 완전히 맞물려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더구나 이날 장중에는 국민연금 환 헤지에 따른 대규모 달러 매도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오늘 연고점 부근에서도 당국의 실개입이 없어 시장 경계가 허물어졌다"며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더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틀 연속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있었지만, 환율이 올랐다"며 "원화 추가 상승에 대한 시장 믿음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당국 개입 일각의 경계감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업과 은행 등의 내년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되는 연말 환율 종가를 단기적으로 낮추는 데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만간 환율 흐름에 변곡점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연말 환율 종가는 금융기관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친다"며 "금융기관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면 신용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은을 포함한 정책 당국이 외환시장 안정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han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