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자원부국들 니켈·희토류 통제… 韓기업 ‘현지 투자 강화’ 대응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3 18:11

수정 2025.12.23 18:10

인니, 니켈 생산 목표 34% 감축
배터리 제조업 공급 부족 불가피
베트남도 희토류 원광 수출 금지
가공·투자 전제 공급 구조로 바꿔
韓기업, 제련소 인수 등 현지화 전략
밸류체인 구축으로 공급망 안정화
자원부국들 니켈·희토류 통제… 韓기업 ‘현지 투자 강화’ 대응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희토류 잠재 매장국인 베트남이 핵심 광물에 대한 생산·수출 정책을 조정하면서 글로벌 첨단 산업 공급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생산 목표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예고했고, 베트남은 희토류를 국가 전략 광물로 지정해 원광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업계에서는 "두 나라 모두 광물을 단순 수출 자원이 아닌 산업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에 공을 들이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최근 양국의 기조에 맞춰 현지 제련소를 인수하는 등 전략으로 진출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니켈 쥔 인니

23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2026년 국가 업무계획과 예산안에 니켈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흘릴 라하달리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니켈을 포함한 주요 광물 전반에 대해 시장 상황에 맞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으로 인해 니켈 가격 약세와 글로벌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산량을 관리해 시장 균형을 맞추겠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생산 목표를 34%가량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니켈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급등은 배터리 제조 업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앞서 올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가격을 전년 대비 45% 감축한 바 있다. 이에 니켈 비중이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제조 원가가 상승하면서 전기차 제조사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가격이 즉각적으로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이 가용 재고를 먼저 흡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2026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년 1월에 니켈 원광 수출을 전격적으로 금지한 데 이어 니켈 생산량을 국가가 나서서 조절하면서 배터리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니켈 채굴(LX인터내셔널)-니켈 제련과 중간재 생산(포스코홀딩스)-전기차 배터리 생산(LG에너지솔루션)-전기차 생산(현대차)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현지에 구축했다. 이 밖에도 에코프로는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내 4개 제련소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으며, LS MnM은 5900억원을 투자해 최근 현지 니켈 제련소의 지분을 인수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채굴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을 인도네시아 내에서 이뤄지게 해 광물 자원 가공 산업을 발전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이기에 나섰다"면서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42%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베트남, 희토류 수출 통제

베트남은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섰다. 베트남 국회는 지난주 광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희토류를 '특별 전략 광물'로 분류했다. 개정 법에 따라 희토류는 원광 형태로 수출할 수 없으며, 탐사·채굴·가공·유통 전 과정이 국가 전략에 따라 관리된다. 해당 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광물법은 희토류 관련 사업을 국영 또는 정부 승인 기업으로 제한했다. 지질 조사 자료도 국가가 통합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수출입은 국가 산업 정책과 수요에 따라 조정되며, 전략 비축도 추진된다. 베트남 정부는 희토류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첨단 합금 △방위산업 △로봇 산업의 핵심 소재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직 중국처럼 대규모 희토류 생산국은 아니지만, 매장량 측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큰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해외 기업이 희토류를 확보하려면 단순 수입이 아니라 현지 가공·정제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원광 수출 금지는 희토류를 국내 산업 육성과 연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의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도 베트남으로 눈을 돌려 현지에 진출에 나섰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약 285억원을 투자해 희토류 금속화 설비를 구축하고, 광산업체로부터 공급받은 희토류 산화물을 정련해 희토류 금속을 생산할 계획이다. LS에코에너지는 원광 및 희토류 산화물(글로벌 광산업체)-희토류 금속(베트남, LS에코에너지)-영구자석(미국, LS전선)으로 이어지는 희토류 영구자석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에 영구자석을 공급하는 성림첨단산업도 베트남 다낭에 생산기지를 마련, 베트남을 해외 영구자석 생산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