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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韓 핵잠, 국제안보협력 확대 계기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3 18:24

수정 2025.12.23 18:24

대북 핵억제 수단 제공뿐 아니라
인태 지역의 해양수송로 보호 등
우방국과 전략적 역할 확대 기대
트럼프 한미공동 핵연료개발 제안
러시아 로사톰 의존에서 벗어나
한미일 핵연료 공동개발 바람직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지난 11월 14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였고, 연료조달 방안 등과 관련하여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갈 것이라고 확인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추후 설명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공동으로 핵추진잠수함의 핵연료를 개발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대북 핵억제 태세의 일환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자적 핵추진잠수함 확보나 한미 간 공동운용 방안을 제기해 온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의 합의는 우리의 국방태세 강화라는 관점에서 반가운 진전이고, 환영할 만한 외교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1940년대 맨해튼프로젝트에 참가한 미 해군 하이먼 리코버 대령의 착안에서 비롯되었다.

우라늄 235의 원자핵에 양성자를 충돌시킬 때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이 나타나면서 핵무기로 사용되는 방대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때 핵분열 물질을 원자로에 가두어 온도를 낮추고 연쇄반응 속도를 조절하여 통제 가능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얻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소이고, 이를 더욱 소형화하면 기존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착상에 의해 최초로 건조된 노틸러스 핵잠수함은 지금은 양륙되어 미국 코네티컷주의 크로톤에서 기념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10여년 전 노틸러스 기념관을 방문하여 직접 견문했던 필자는 한국의 잠수함 건조역량이나 원자력 산업능력을 결합할 때 핵추진잠수함 보유가 그다지 먼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 바 있다.

다만 한미 정상 간에 원칙적 합의는 이루었지만, 향후 핵추진잠수함 획득에 이르기까지는 현실적인 난제들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미국 조선업 여건 등을 보아 이 대통령이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언급했듯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설하고 미국이 핵연료를 제공하는 방안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은 현재 14척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2030년대까지 신형의 12척 컬럼비아급으로 대체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핵잠 건조를 담당하는 로드아일랜드 소재 제너럴 다이내믹 일렉트릭사의 건조 담당인력 부족 및 관련 예산 불충분 등으로 전반적인 공정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호주 및 영국과 체결한 오커스(AUKUS) 협정에 따라 2030년대까지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5척을 건조하여 인도하는 계획도 공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유로 과부하가 걸린 미국 조선소보다는 뛰어난 건조능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소들이 핵잠 건조를 직접 담당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다. 나아가 미국이 호주에 제공하기로 한 핵잠수함 건조도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한국이 부분적으로 담당하는 방안도 미국 등과 협의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잠수함에 사용될 핵연료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처럼 한미가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국내 원자력 업계와 협의하여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00여기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 30% 내외를 탈냉전기 이후 러시아 로사톰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은 러시아 핵연료에 대한 의존을 2028년 이후 중단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핵추진잠수함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에 소요될 핵연료에 대해 한국과 미국, 가능하다면 일본 등과 공동개발의 국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이 도입될 경우 기존 무기체계와 더불어 국방전략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필요하다.
이미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들은 이 무기체계가 가진 은밀기동 및 장기간의 잠항능력을 바탕으로 적대국들의 공격적 동향을 억제하고, 유사시에는 제2차 가격능력을 담당하는 역할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향후 획득될 핵추진잠수함을 대북 핵억제를 수행하는 기존 삼축체계의 일익으로 보강하고,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 해양수송로 보호 등의 전략적 역할 확대에 활용한다는 적극적인 해양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잠수함 획득은 우리에게 대북 억제전략의 중요한 수단을 제공할 뿐 아니라 미국 등 여타 우방국가들과 새로운 차원의 국제 안보협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