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황석희 번역가가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와 관련해 최근의 혹평 문화를 언급하고 "관객들 평이 점점 짜지고 평의 염도에 비례해 표현이 과격해진다"고 한탄했다.
23일 황석희는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영화 커뮤니티는 '대홍수' 평으로 시끌벅적하다. 내가 신뢰하는 주변인들 평을 보자면 대단한 수작은 아니어도 평작 수준, 감탄할 건 아니지만 재밌게 볼 만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황석희는 "망작이다, 졸작이다 등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엄청 아픈 말이긴 해도, 악평이야 익숙하고 평은 관객의 권리니까 그러려니 한다"며 "그런데 대개 저런 평 뒤에 가장 싫은 사족이 붙는다"고 지나친 ‘혹평’을 언급했다.
그가 든 예시는 '죽어도 보지 마라', '돈 버린다', '이딴 영화를 수입한 회사는 망해라', '감독은 차기작이 없길 바란다' 같은 말들이다.
황석희는 "싫으면 싫은 거지, 이럴 필요가 있나. 자기 표현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지 남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라며 "요즘 영화는 다 후지다고들 하지만, 졸작·평작·수작의 비율만 놓고 보면 과거보다 지금이 나을 거다. 그때도 졸작, 평작이 그리 많았는데 요즘처럼 악담과 저주 같은 평이 많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객의 눈높이는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는데 프로덕션은 그 눈높이를 따라가기가 벅차다"며 "현실적으로 모든 영화가 수작일 순 없는데 영화 평이 지천에 널린 요즘은 애초에 수작만을 골라보려 한다. 이제는 평작이 설 땅이 없다"고 했다.
또 "영화 티켓 값이 올라서 평이 더 깐깐하고 박하다는 의견도 일견 일리 있지만 티켓 값 상승분에 비해 평이 과하게 매정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값은 30%가 올랐는데 눈높이는 200%가 오른 기분"이라고 했다.
"'대홍수' 평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싫으면 싫은 거지 영화를 보지 말라 종용하고 망하라고 저주하고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일 일인가 싶다"고 말한 황석희는 "표현이 과해지는 시대라 그런걸까. 사실 영화 평만 과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표현이 과해진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호평이든 혹평이든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선의 평을 보고 싶다. 저주가 아니라 그 글을 쓴 사람의 취향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는 대홍수가 덮친 뒤 인류 생존에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SF재난물이다. 배우 김다미와 박해수가 주연을 맡았고, 김병우 감독이 연출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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