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탈북민를 가리키는 정부의 공식용어가 곧 '북향민'으로 변경된다. 통일부는 아직 호칭 변경을 공식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간부회의나 문서 등에서는 이미 탈북민 대신 북향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8월 북한이탈주민학회와 '북한이탈주민 및 탈북민 명칭 변경 필요성과 새 용어 후보군 등에 관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통일부 관계자는 11월 중에 나올 연구용역 결과를 검토해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북향민' 용어 단계별 사용 확산 방침…정부는 이미 사용 중
정부는 새로운 용어가 자연스럽게 확산하도록 단계적으로 용어 사용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미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내년 업무계획을 보고하며 '북한이탈주민'과 '탈북민' 대신 '북향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 탈북민을 가리키는 법률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지만 통상적으로 '탈북민'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 쓰인다. 다만 북한 정권을 벗어나 '탈출했다'는 뜻이 담긴 이 표현의 어감이 강해 정서적 반감을 일으킬 수 있어 '북쪽이 고향인 사람'이라는 뜻의 '북향민'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정동영 장관의 주장이다.
북한이탈주민법 제2조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대한민국 국적을 가지려는 의사를 표시한 사람 포함)을 뜻한다.
정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탈북자를 북향민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상당수 탈북민이 해당 용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향민' 반대 의견도 공존…"바꾸는 과정 자체를 더 의미 있게 추진해야"
지난해 7월 발표한 통일연구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법률용어나 '탈북민', '탈북자' 등의 용어에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탈북민이 58.9%에 달했다. 주로 '이탈'이라는 표현이나 '탈북'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용어 변경에 찬성하는 탈북민에게 여러 대안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하나민 27.9% △통일민 25.9% △북향민 24.2% △북이주민 9.3% △기타 8.7% 순으로 나타났다. 탈북민 사회에서도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탈북민 A 씨는 "북한이탈주민의 명칭을 바꾸는 이유는 그 말이 주는 이미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니까 논의의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명칭을 바꾸는 것이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A 씨는 "바꾸는 과정 자체를 의미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계적으로, 최대한 많은 수가 참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개선될 수 있도록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장관은 첫 번째 장관 재직 때인 지난 2005년에도 '탈북민'을 '새터민'으로 바꾸려 했지만 정작 탈북민들이 반기지 않아 명칭 변경이 보류됐다. 새터민은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았는데, 탈북민들 사이에선 이를 '땅 욕심을 내는 사람'으로 본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북한이 배경인 주민'이라는 의미의 '북배경주민'과 '탈북 국민'이라는 대안이 제시됐지만 역시 변경은 무산됐다. 당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대안으로 제시한 '북배경주민'에 대한 탈북민들의 선호도는 3.9%로 낮게 나타났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민 용어 변경의 공식 발표 시점 등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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