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흡연 더해지면 심혈관 위험 급증
빠른 금연 효과 20분 후부터 신체 회복 시작
빠른 금연 효과 20분 후부터 신체 회복 시작
[파이낸셜뉴스]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몸의 변화를 살피게 된다. 평소보다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흡연자들은 이를 단순한 노화나 과로가 아닌 '담배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은 흡연이 신체에 주는 타격이 어느 때보다 큰 시기다.겨울에는 우리 몸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 말초혈관을 수축시킨다. 이 과정에서 전신 혈관의 저항이 커지며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은 더 강한 압력으로 피를 내보내야 하므로 산소 요구량이 늘어난다.
문제는 여기에 흡연이 더해질 때 발생한다. 담배 속 니코틴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과 심박수를 높임으로써 심장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특히 담배 연기 속의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심근 허혈(산소 부족)의 위험을 높인다. 심부전 환자나 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이러한 불균형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연을 시작하면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를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를 끊은 지 20분 정도만 지나도 혈압과 맥박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하고, 하루가 지나면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면서 심장이 받는 부담이 줄어든다.
48시간 이내 후각과 미각이 개선되면서 음식 맛이 좋아지게 된다. 이후 몇 달 동안 혈액순환과 폐 기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숨이 덜 차고, 9개월 정도면 아침마다 반복되던 기침이 줄어드는 변화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금연을 지속하면 장기적인 효과도 분명하다. 금연 1년 후에는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흡연자와 비교해 반으로 줄어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뇌졸중과 폐암을 포함한 각종 암의 위험도 점차 감소한다.
흡연 기간이 길었거나 나이가 많아도 금연의 효과는 나타난다. 금연은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금연 실패를 개인의 의지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곤 한다. 하지만 니코틴 의존은 뇌의 보상 체계와 직결된 '중독'의 문제다. 금연 시 나타나는 불안, 초조, 수면장애 등은 의지로 참아야 할 습관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금단 증상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이규배 교수는 “금연 실패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금연클리닉에서는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해 금단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한 “금연 후 체중 증가 등을 걱정해 망설이는 경우도 있지만, 금연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크고 지속적이다”라며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전문 의료진과 함께라면 충분히 다시 도전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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