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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폴, 턱뼈와 맞바꾼 1360억 잭팟... "이만하면 맞을만 하네" 18분 맞고 평생 놀고먹는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5 18:30

수정 2025.12.25 18:56

제이크 폴 SNS에 기재된 게시물
제이크 폴 SNS에 기재된 게시물

[파이낸셜뉴스] 링 위에서는 처참한 패배자였다. 하지만 은행 계좌를 열어본 뒤 그는 진정한 승리자가 되었다.

'유튜버 복서' 제이크 폴(미국)이 전직 헤비급 챔피언 앤서니 조슈아에게 KO패를 당하고도 기괴한 승리의 세레머니를 펼쳤다. 턱뼈가 두 조각 나는 중상을 입었지만, 그 대가로 챙긴 1360억 원의 대전료 앞에서 고통은 사치였다.

22일(한국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한 폴의 귀국길 풍경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었다.

마이애미를 떠나는 개인 전용기 안, 폴의 앞에는 찜질팩 대신 수백 달러짜리 지폐 뭉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한 손에는 금색 권총을, 다른 한 손에는 소총을 든 채 그는 카메라를 응시했다. 좌석에는 명품 담요가, 통로에는 명품 쇼핑백이 뒹굴었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그가 남긴 메시지는 "믿어라, 실패하라, 일하라. 이것이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패배의 아픔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과시였다.

'매값'이 상상초월 현실의 데미지는 심각했다. 지난 20일 열린 경기에서 폴은 조슈아의 묵직한 펀치를 견디지 못하고 6라운드에 쓰러졌다. 정밀 검사 결과 턱뼈 두 곳이 골절됐고, 결국 티타늄 플레이트 2개를 삽입하고 일부 치아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당분간은 유동식만 먹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상황은 역전된다. 현지 매체 마르카의 분석에 따르면, 폴이 이번 경기 하나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9200만 달러(한화 약 1360억 원)에 달한다. 1라운드당 220억 원, 1분당 75억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턱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은 수술로 치유하고, 마음의 상처는 1300억 원의 현금으로 완벽하게 '금융치료'를 끝냈다.

수술 후 병실에서 미소를 보인 제이크 폴.연합뉴스
수술 후 병실에서 미소를 보인 제이크 폴.연합뉴스


비난 넘어선 부러움 프로 복싱의 신성함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폴이지만, 그의 사업 수완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력 차가 뻔한 경기를 '세기의 대결'로 포장해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모으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폴의 기행을 접한 팬들은 "턱뼈 두 개에 1300억이면 나라도 줄 서서 맞겠다", "저게 진정한 금융치료네. 부러진 턱도 저절로 붙을 듯", "의사가 유동식 먹으라고 했지, 돈 먹지 말라고는 안 했나 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승패는 조슈아가 가져갔지만, 실속은 폴이 챙겼다.
턱이 부서져도 웃을 수 있는 남자, 제이크 폴이 보여준 21세기 복싱 비즈니스의 민낯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