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현 홍유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며, 위기에 몰렸던 리더십을 다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가 이 기세를 이어가려면 결국 노선 변화를 통해 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다만 장 대표 앞에는 한동훈 전 대표 가족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당원게시판 문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 민감한 과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전망은 엇갈린다.
24일 야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40분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필리버스터를 장 대표가 홀로 완주한 후 당내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조배숙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을 결집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간 장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인사들까지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전날 우재준 최고위원은 "사법부에 대한 애정과 우려가 충분히 전달되는 명연설"이라고 했고, 양향자 최고위원도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지키려는 투혼이 경이로우면서 동시에 애처롭다"고 했다.
이로써 장 대표가 흔들렸던 리더십을 다시 세웠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고무된 기류가 읽힌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장 대표 필리버스터로 지도부 내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음 관문은 장 대표가 공언한 노선 변화다. 그는 지난 19일 정치적 고향인 충청을 찾아 '변화'를 14번 강조했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1년을 전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메시지를 내지 않으며 리더십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반등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잡음을 키웠다.
하지만 당장 풀어야 할 문제는 만만치 않다. 한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제기된 당원게시판 논란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대표적이다. 지방선거를 6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경선룰과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 역시 또 다른 시험대다.
이견이 첨예한 현안이라 자칫 장 대표가 중도 확장에 속도를 낼 경우 강성 지지층이 반발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당내 전망은 엇갈린다. 장 대표를 향해 노선 변화를 촉구해온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로 강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그간 여러 인사들로부터 경청한 내용을 바탕으로 쇄신의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재선 의원은 "정작 노선 변화에 있어 리트머스지가 될 만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장 대표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제대로 된 변화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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