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때마다 반복되는 악성댓글
고소하려고 일일이 글 찾고 증거 수집
전문가 "처벌 수위 높이고 포털 책임 강화해야"
고소하려고 일일이 글 찾고 증거 수집
전문가 "처벌 수위 높이고 포털 책임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모욕성 댓글을 찾아내는 것도, 수집해서 고소하는 것도 모두 유족들의 몫이죠. 댓글을 보는 것도 고통이고 그 과정 자체가 2차 가해예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남동생을 잃은 유가족 김도희씨(41)는 "악성댓글을 쓰는 건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포털 기사 댓글창을 아예 막아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둔 가운데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악성댓글은 근절해야 할 과제로 꼽히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더 높이고 포털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오는 31일까지를 여객기 참사 1주기 댓글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온라인 2차 가해를 차단하기 위해 포털에 기사 댓글창 비활성화 조치를 요청했다. 온라인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 회복이 어렵고 피해가 급속하게 확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유족들은 악성댓글을 고소하는 과정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악성댓글은 통상 유족이 고소해야 수사가 시작되는 탓에 유족들이 직접 찾아내고 증거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성자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대개 모욕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다. 모욕죄는 친고죄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도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법원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일각에선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며 유족들은 또다시 상처받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7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팔순 잔치를 위한 여행을 마친 뒤 귀국하던 9명의 일가족이 여객기 참사로 일가족 9명이 숨졌다는 내용의 기사에 "9명이면 보상금이 얼마냐"라는 등의 글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댓글을 게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한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근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혐오 표현과 악의적인 허위 정보가 여과 없이 인터넷에 횡행한 상황"이라면서 "처벌을 강화해 우리 사회가 이러한 악성댓글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포털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더 강한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발언의 책임도 질 수 있도록 익명 게시판과 실명 게시판을 병행해서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며 "정확한 국민 여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고 익명 뒤에 숨어 명예훼손의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 대한 엄중 처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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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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