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으로 갈아탄 투자자에게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겠다는 정부 발표에 투자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다만 투자자마다 손익 규모가 다르고 1인당 매도 금액도 제한돼 단순히 세제헤택만 보고 '국장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17조390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가인 4000선을 넘어섰지만 투자자들은 사실상 수익이 나는 대로 차익 실현에 나선 셈이다.
반면 해외주식은 역대 최대 규모로 사들였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국내 자본시장 복귀계좌' 세제 지원안은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와중에도 개인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자 서학개미에 '국장 유턴 당근책'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통상 해외주식 매매로 발생한 손익 합산 금액이 250만원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초과액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안을 통해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잠정 1년간)할 경우, 1인당 해외주식 매도금액 5000만원까지는 양도소득세를 한시적(1년)으로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학개미들로선 세 부담을 줄이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그 자금을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이번 세제 지원안을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으로 갈아타는 '전향 개미'들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마다 처한 포지션이나 투자 금액이 다르고 손실을 본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더욱 '국장 복귀'에 동참할 유인이 적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국장 복귀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 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1인당 매도 금액이 5000만원으로 제한된 점도 매력을 반감시킨다. 대다수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를 국내 대비 장기 투자 매력이 높다 보고 거액 자금을 오랜 시간 굴려온 경우가 많은데, 5000만원 이상으로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에겐 이번 제도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큰손' 투자자는 굳이 국장 투자로 절세를 하지 않더라도, 이미 세법 상 가족 간 증여를 통해 유사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이번 제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현행 세법상 가족 간 증여 비과세 한도(10년간 부부 각각 6억원씩·성년 자녀 5000만원)를 활용해 주식을 증여해 1년 간 보유한 뒤 팔면 양도세 부담에서 벗어난다.
정부가 투자자의 국내 증시 복귀를 독려하는 지원안을 중장기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해외주식 대비 국내주식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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