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악몽같던' 일년 전..2년만에 되찾은 서울의 연말.."예약 찼어요" [르포]

김현지 기자,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5 10:17

수정 2025.12.25 10:16

백화점 3사 매출 15% 내외 늘어
케이크 등 베이커리 매출 30%대 성장
패밀리 레스토랑도 역대 최대 매출 기록
23일 더현대 서울 5층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연출 공간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에서 방문객들이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23일 더현대 서울 5층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연출 공간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에서 방문객들이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23일 오후 6시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식품관은 연말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연인, 친구, 가족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각 매장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내걸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홈파티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5층에 위치한 현대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연출 공간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에 들어서자 2030대 연인 단위 위주의 방문객들이 줄을 늘어서 들뜬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 내린 마을의 선물 공방을 콘셉트로 꾸며진 각 공간에서는 직원들이 방문객들에게 직접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20대 이모씨는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초 단위 티켓팅을 했다"며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기는 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즐기고 커플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점포에서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연출 공간 방문객은 주중 평균 6500여명, 주말에는 1만명 안팎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늘었다.

이처럼 계엄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지난해 연말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올해 연말 유통가에 펼쳐지고 있다. 백화점 3사(롯데, 신세계, 현대)는 모두 지난 4일부터 22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15% 안팎으로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며 겨울 아우터를 중심으로 한 영컬처 상품군 매출이 35% 늘었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비롯한 연말 홈파티 수요가 델리·베이커리 부문으로 몰리며 관련 매출도 15% 이상 신장했다. 크리스마스 마켓 역시 전년 대비 방문객 수가 10% 이상 늘었고, 누적 방문객은 40만명 이상의 역대 최고 기록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16.4% 증가했다. 럭셔리 워치(28.1%)와 주얼리(22.2%) 등 고가 카테고리뿐 아니라 스트리트 패션과 식음료(F&B)도 각각 15% 가량 늘며 고른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매출은 35% 증가했고, 강남점 크리스마스 마켓 매출도 2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연말 매장 곳곳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연출물과 연말 기프트 수요의 증가로 가족, 연인 단위의 방문이 늘며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화장품과 주얼리 같은 전통적인 선물 품목뿐 아니라 와인, 치즈, 오너먼트 등 홈파티 관련 소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저녁 강남역 인근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고객들이 송년회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지난 23일 저녁 강남역 인근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고객들이 송년회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이 같은 훈풍은 외식업계에도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은 평일임에도 송년회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인근 라그릴리아와 애슐리 등 패밀리 레스토랑과 고깃집 역시 연말 시즌에는 점심시간대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외식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위축됐던 연말 성수기 외식 수요가 올 연말 들어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무거워 송년회와 회식 수요가 급감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연말은 예약 마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깃집 운영자 김모씨는 "지난해 연말에는 사회 분위기로 예약 취소가 많았으나 올해는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실적도 상승세다.
애슐리는 이달 들어 3주간 매출이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며 300억원을 돌파했다. 12월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강남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해 연말에는 송년회나 회식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떨어졌다"며 "올해 마지막 2주는 예약이 많이 차있어 매출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박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