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국대·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누리호 담고도 올드패션
K콘텐츠 열풍인데도 애국가 영상은 가사 그대로 진부하게 표현해
K콘텐츠 열풍인데도 애국가 영상은 가사 그대로 진부하게 표현해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대한민국 국가인 애국가 음원 영상을 두고 "우리의 최근 발전상이나 국제적 위상을 드러내는 배경 화면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루 전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애국가 배경 화면이 너무 오래됐다'는 말을 들은 뒤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중근 회장의 말을 전한 뒤 "저도 평소 그 생각을 했는데 좋은 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나 발전상이 드러나게, 국민의 자부심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국무총리가 알아봐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애국가 영상은 오래돼서 촌스러운 게 맞는 걸까.
'촌스러운' 애국가 영상 누가 만드나
애국가는 말 그대로 '나라를 사랑하는 노래'로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관리하는 국가상징 중 하나다. 행안부 홈페이지에도 애국가에 대한 역사와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 안익태가 작곡한 곡조에 현재의 노랫말을 붙인 애국가가 정부의 공식 행사에 사용됐다. 이후 각급 학교의 교과서에도 실리면서 전국적으로 애창되기 시작했다.
행안부는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우리 겨레와 운명을 같이 해 온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우리는 선조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새롭게 되새겨야 한다"면서 "애국가를 부르고 연주할 때는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애국가의 곡조에 다른 가사를 붙여 부르거나 곡조를 변경해 불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짚은 애국가 영상은 한국방송공사(KBS)에서 제작, 제공한 것이다. 저작권도 KBS에 있다. 음원과 영상은 국민의례 등 비영리 공익적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행안부가 제작한 건 아니지만, 국가기간방송사인 KBS에서 만든 만큼 국가 주요 행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올해 이 대통령이 참석한 80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서 애국가가 4절까지 제창됐는데, 이때 애국가를 부르는 합창단 뒤 배경 화면으로도 이 영상이 사용됐다.
행안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영상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애국가 1절 합창과 1~4절 전곡 합창 등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알고 보면 제작 1년된 신작
현재 행안부가 소개한 애국가 영상은 '2025년 버전'이다. 따라서 "너무 오래됐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특히 1~4절에 동일하게 들어가는 후렴구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부분은 최근 대한민국을 알린 인물이나 사건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문학상을 시상하는 한강 작가, 2023년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현장과 발사 성공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이 연구진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이 담겼다.
여기에 배드민턴 안세영, 펜싱의 오상욱, 높이뛰기 우상혁 등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의 스포츠 위상을 알려준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그럼에도 촌스럽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사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영상의 흐름이 과거 영상과 크게 다를 바 없어서다.
가령 '동해물과 백두산이' 1절 가사엔 동해와 백두산이 나오고, 3절의 '가을 하늘 공활한 데 높고 구름없이' 가사는 구름 한 점 없는 가을의 파란 하늘이 나오는 식이다.
1~4절에 나오는 후렴구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가사엔 무궁화가 나오더니 한국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반복적으로 펼쳐진다.
이밖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울 창덕궁, 서울 광화문광장이나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 전통 가옥 등도 나열하듯 나온다.
직유의 방식으로 영상을 표현하는 과거 방식을 벗어나 이제는 세계적인 K콘텐츠 위상에 걸맞는 영상을 만들자는 주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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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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