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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00억불 빼 미장 간 서학개미에 SOS" 고환율에 정부, 전격 감세 카드

정상균 기자,

서영준 기자,

김찬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4 15:40

수정 2025.12.24 15:49

기재부,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 지원 발표 해외주식 팔아 국장 오면 양도세 1년 면제 개인이 환헤지땐 최대 500만원까지 공제도 해외자회사 배당금에 국내선 전면 비과세로 정부 당근책에 고환율 추세 꺾일지 미지수 구두경고 더해 환율 30원 급락 1440원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1484.9원으로 출발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장중 146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1484.9원으로 출발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장중 146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들어 300억달러 넘게 해외 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를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24일 정부가 세제 감면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냈다. 해외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매도금액 5000만원까지 양도소득세를 1년간 면제하고, 해외주식을 환헤지하면 최대 500만원까지 양도세를 공제해주는 내용이다. 해외자회사 배당금 수익에 대한 이중 과세도 폐지한다. 이와 동시에 외환당국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 정책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에 '구두 경고장'을 날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3.8원 급락한 1449.8원에 마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외환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 지원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강도 높은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추진해 왔다"면서 "이번 대책도 개인 해외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지원해 외환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인투자자가 이날(12월23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1년 간 5000만원 한도에서 감면한다. 이를 위한 '서학개미 전용' 비과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조속한 국내 환류를 위해 복귀 시점에 따라 50~100%로 세액 감면 폭을 달리한다.

개인투자자들의 환헤지(선물환 매도)에 대한 세제도 감면한다. 서학개미들이 해외주식을 환헤지하면 환헤지 상품 매입액(연평균 잔액)의 5%(1인당 최대 500만원)를 추가로 공제하는 식이다. 이렇게 개인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은 달러 현물을 시장에 팔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시중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해외에서 이미 세금을 낸 배당금에 대해 비과세하기로 했다. 그간 배당금의 일부인 5%에 대해 국내에서 이중 과세해왔는데, 이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연장과 외환시장 규제 완화에 이은 정부의 세 번째 고환율 방어 대책이다. 앞서 두 번의 대책이 외환수급 주체에 대한 달러 유출 통제와 유입 확대(금융기관 외화유동성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서학개미를 겨냥한 직접적인 당근책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와 수출기업 등 외환주체들의 원화 환전을 촉진해 달러가 더많이 유입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올 3·4분기말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잔액은 16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증시 부양책이 될 수 있어도 추세적 고환율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달러 유출 차단과 세금 인센티브와 같이 양면적 카드를 거의 다 내놓았는데,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 정부의 정책 동력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상 이번 정책은 재정까지 투입되는 것인데, 정부가 가진 카드를 남은 것까지 다 털어서 보여주는 셈"이라며 "환율을 잡지 못했다면 더 이상 나올 대책이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가운데)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투자 및 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기 소득법인세정책관, 최 관리관, 변광욱 국제조세정책관. 연합뉴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가운데)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투자 및 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기 소득법인세정책관, 최 관리관, 변광욱 국제조세정책관. 연합뉴스


skjung@fnnews.com 정상균 서영준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