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연기금이 이달들어 코스닥 시장의 수급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 이후 연기금의 공격적인 코스닥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연기금의 투자전략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245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연중 최대였던 9월(2499억원)에 육박한 규모다.
정책 발표 후 매수세는 가팔라졌다. 금융위원회가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한 지난 19일 이후 이날까지 4거래일 만에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에서 1179억원을 순매수했다. 월 누적 순매수 규모의 절반 가까운 자금이 불과 며칠 사이에 유입된 것으로, 정책 발표 후 연기금의 자금 집행이 코스닥에 집중된 양상이다.
연기금의 공격적인 코스닥 매수세는 연중 누적으로 봐도 뚜렷하다. 올해 1~11월 누적으로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3조5955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5440억원 순매수에 그쳐 자금의 무게중심이 코스피에 쏠렸다. 하지만 이달들어선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2608억원에 머무른 반면, 코스닥은 전달의 10배이상으로 순매수규모를 늘렸다.
업종별로는 로봇과 바이오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달 연기금이 코스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로보티즈로, 순매수 규모는 499억원에 달한다. 올릭스(388억원)와 디앤디파마텍(381억원) 등 바이오 종목도 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에스엠(230억원)과 에코프로비엠(189억원) 등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수급 변화를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연결해 해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통해 기금운용 평가 시 기준 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연기금의 자금 배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기금의 코스닥 매수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정책의 후속 조치와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연말에 연기금의 신규 매수세가 코스닥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주목할만한 수급 변화라는 게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 발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매해 1~2월에 강세를 보이는 코스닥 시장의 계절성, 연준 금리인하, 정책 모멘텀 등을 바탕으로 로봇, 바이오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심으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