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AI가 이끈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4 19:20

수정 2025.12.24 19:19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현실적인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이에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은 원자력 발전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우선 수십기의 원자로 건설에 착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매년 100만㎾급 원자로 12기를 25년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총 300기에 달하는 규모로, 향후 수요를 고려하면 추가 건설될 가능성도 크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 참석한 엔비디아의 대표 젠슨 황도 특별연설에서 모든 산업에서 AI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내다보았고,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 더 큰 기회가 생긴 계기는 젠슨 황이 한국과 AI동맹을 맺겠다고 한 것으로, 여기에 국가정책실과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반도체회사와 자동차회사가 손을 맞잡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수요가 폭증하는 전력을 공급하려면 수많은 원자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원자로를 지을 건설 노하우가 없고, 인재가 없다. 이에 한국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94기의 원자로를 보유한 나라이지만 지난 30년 동안 새로 건조한 원자로는 2기에 불과하고, 가동연수가 40년을 초과한 원자로가 70%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이야말로 원자력의 시대'라고 공언할 만큼 AI 시대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원자로를 속도감 있게 건설해야 한다. 이에 미국은 수년이 걸리던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를 18개월 이내로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해 놓고 있다.

2025년 현재 세계에는 총 417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미국이 가장 많고 중국이 57기, 프랑스 57기, 러시아 36기, 한국이 26기, 캐나다가 17기 등이다. 이 국가들 모두가 원전을 더 많이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능이 도쿄까지 확산되는 대재앙을 겪으며 원전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55기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14기만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원전 가동 확대를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자력 외에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로 4기를 수출했고, 이미 가동에 들어갈 정도로 원자로 건설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다. 최근에는 체코가 두코바니 지역에 약 24조원 규모의 원자로 2기 건설을 한국에 요청하면서 한국 원전기술을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했다.

한국은 26기의 원자로를 보유한 나라지만 40년 설계수명을 마친 고리 2호기가 가장 오래되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점검한 결과 계속가동해도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2033년까지 계속운전하게 되었다.
설계수명에 끝난 다른 지역의 원전도 점검 결과 안전상 문제가 없으면 10년 계속운전이 가능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로는 안전하지 않으면 절대 가동되어서는 안 되지만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AI 시대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지금 세계는 다시 한 번 원자력 르네상스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