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텅텅 빈' 국회에 민생은 텅텅…민생경제협의체도 '함흥차사'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5 17:46

수정 2025.12.25 13:53

'무박 3일' 필리버스터에 민생법안 처리 0건
반도체특별법, 1년 6개월째 깜깜 무소식
민생경제협의채도 4달째 가동 안 돼
통일교·尹재판·지선 국면 들어서면
민생법안 논의 더욱 어려울 듯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찬성 170표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찬성 170표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민생법안들이 연말 필리버스터(국회법상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국민의힘이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하는데 동의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 역시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제한법(국회법 개정안)'과 2차 종합·통일교 특검 단독 처리를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정치권 통일교 게이트를 고리로 대여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려 하는 만큼 내년에도 국회 극한 대립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를 끝으로 무박 3일간 이어진 필리버스터 정국이 종료됐다. 해당 기간 쟁점 법안이었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필리버스터 끝에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지만,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한 비쟁점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민생법안은 끝내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여야가 본회의 처리의 시급성을 가장 크게 공감하고 있는 법안은 반도체특별법이다. 반도체특별법은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마련된 법안이다. 특별법은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및 기반 시설 조성·지원, 전력·용수·도로망 등 관련 산업기반 확충, 예비 타당성 조사 우선 선정 및 면제 절차 등을 담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22대 국회에서는 개원 직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주52시간제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서 처리가 미뤄지다가 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야당이 되면서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은 특별법 제외하되,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급물살을 탔고 지난 10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특별법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는 이르면 30일 열릴 예정인데, 민주당이 이날 필리버스터 제한법 우선 상정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제한법은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은 필리버스터 사회권을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에게도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면서 우원식 의장이 체력적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국회법 개정을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2차 종합·통일교 특검 상정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법원행정처가 특검 추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헌법재판소 등 외부기관이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이중 1명씩 추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2차 종합 특검과 함께 단독 처리할 경우 정국이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합의한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가동도 여전히 '함흥차사'다. 당시 이 대통령과 양당 대표는 청년 고용, 배임죄 폐지,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등 여야 공통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 2일 2026년 예산안 합의 처리 이후 민생경제협의체 가동을 재논의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이후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좌초됐다. 고환율 등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여야가 민생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내년 1월 통일교 특검 가동과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재판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겨울이 지나가면 내년 6월 열릴 지방선거 국면으로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시점부터 대선까지의 기간인 4월 4일~6월 3일 국회 본회의가 단 두 차례 열리고 34건의 법률안만 통과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선에서도 활발한 법안 처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