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주요 입법 과제에 결을 달리하며 독자적 정치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창당 초기 형성됐던 협력 관계를 넘어,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여권 내에서 차별화된 선택지로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혁신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이어 이른바 '필리버스터 제대로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해당 법안은 필리버스터 중 재적 의원 5분의 1(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의장단의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회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지난 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혁신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의 반발로 본회의 상정은 미뤄진 상태다. 혁신당은 필리버스터 제도의 본래 취지가 소수 의견 보호에 있는 만큼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오히려 소수 정당의 발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당이 지난 23일 독자적으로 발의한 통일교 특검법은 민주당과의 입장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안은 특검 후보 추천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배제하고 혁신당이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여야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민주당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독립적 수사를 압박하는 성격으로 보인다.
이같은 행보를 두고 혁신당 내부에서는 민주당과의 노선 차별화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래 민주당이 포괄하려 했던 주제 중에서 왼쪽을 남겨두고 (중도로) 가버린 상황이라서 그 부분을 저희가 채우면서 함께 민주진보 진영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갈등이라기보단 민주당이 놓치거나 안 챙기는 부분을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혁신당의 움직임을 지방선거를 겨냥한 생존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개혁입법 전반을 주도하는 국면 속에서 일부 쟁점을 고리로 더욱 선명한 문제 제기를 이어가며 범여권 내 정치적 좌표를 분명히 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략의 무게중심은 호남에 실려 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조국 대표는 최근 호남 방문 일정을 잇달아 잡으며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정책과 메시지 경쟁을 전면에 내세워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혁신당이 살기 위해서는 개혁 경쟁에서 민주당을 압도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지지자는 아니지만 민주당을 싫어하는 중도층이나 온건한 진보층에게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하면서 지선에서 확실한 주장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보에는 부담도 따른다.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과 범여권 내 분열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도 혁신당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일정 부분 형성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혁신당의 차별화 전략이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로 이어질지가 향후 행보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혁신당 내부에서는 이같은 기조가 선거 국면에 한정된 전략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내란을 극복하자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그걸 이유로 사회개혁이 2번의 주제로 돼선 안 된다. 이달 초 이후부터는 (민주당과 혁신당이 그간) 서로 달랐던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지선이 지나도 (이런 기조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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