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아 EV4·PV5 英 보조금 받는다... FTA 무관세 혜택 수출 가속도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5 15:22

수정 2025.12.25 15:30

영국에서 판매되는 기아 준중형 전기 세단 'EV4'. 뉴스1
영국에서 판매되는 기아 준중형 전기 세단 'EV4'. 뉴스1

[파이낸셜뉴스] 기아의 준중형 전기 세단 'EV4'와 중형 전기 목적기반차(PBV) 'PV5'가 한국차 중 처음으로 영국의 신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한·영 자유무역협졍(FTA) 개선 협상 타결로 무관세 혜택이 확대돼 현대자동차·기아·KG모빌리티 등이 생산한 국산 전기차의 영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아 EV4와 PV5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인 '밴드2' 차량 리스트에 포함했다. 영국 소비자들은 두 차량을 구매할 때 1500파운드(약 29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판매 가격에서 보조금 액수만큼 자동 제외되기 때문에 가격 할인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지난 7월, 전임 보수당 정부가 폐지했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3년 만에 부활시켰다. 3만7000파운드(약 7300만원) 이하인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을 밴드 1·2로 구분해 선정한다. 밴드1 차량은 3750파운드(약 740만원), 밴드2 차량은 1500파운드(약 29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의 전기차 보조금 부활로 기아의 EV4와 PV5가 첫 수혜를 입었다. 글로벌 환경기구인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승인을 받은 제조사 차량만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차량에서 한국 기업까지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SBTi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공동 설립한 글로벌 환경기구로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파리협정의 '1.5도 시나리오'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한다.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한 일종의 '무역 장벽'으로 여겨지지만, 현대차·기아는 지넌 8월 SBTI에 가입신청을 하고 4개월 만에 초고속 심사를 통과하며 지난 4일부러 관련 인증을 획득했다.

현대차·기아 모두 SBTi 인증이 완료됨에 따라 앞으로 영국 보조금을 받는 양사 전기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제조사 SBTi 인증 획득 외에도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대상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0g △항속거리 100마일(160㎞) 이상 △3년 또는 6만 마일(약 9만 6000㎞) 차량 보증 등이 추가로 있지만, 현대차·기아 전기차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앞서 보수당 정부 보조금이 마지막으로 시행된 2021년까지 현대차'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쏘울 EV' 등이 최대 2500파운드(약 5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한·영 FTA 개선 협상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타결된 것도 한국산 전기차의 영국 수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발효된 한·영 FTA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를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수입차 기본 관세율인 10% 대신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사국 내 부가가치(부품·재료 비중) 발생 비중이 55%를 넘겨야 했다. 그러나 이번 개선 협상 타결로 무관세 혜택이 적용되는 부가가치 발생 비중이 기존 55%에서 25%로 낮아졌다.

이번 기준 완화로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는 한국산 전기차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 10% 관세율을 적용받던 전기차가 무관세로 전환되면 인하된 관세율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어 현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이번 한영 FTA 개선 협상에 따른 최대 수혜 분야로 전기차가 꼽히는 이유다.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독일에 수출하고 있는 KG모빌리티도 이번 개선 협상에 따라 내년 영국 시장에 무쏘 EV를 출시하면 무관세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영국 자동차 시장은 유럽국 중 2위 규모이며 전기차 비중도 높은 편이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자동차 판매량은 195만 대로 1위 독일(281만대) 다음으로 많았다. 이 중 전기차(BEV) 비중은 19.6%로 유럽 평균(15.4%)을 웃돌았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영국 신차 시장에서 판매 4위(기아)·6위(현대차)를 기록 중이며, 합산 점유율은 10.5% 수준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