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주사 대신 먹는 비만약 시대… K바이오도 진출 속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5 19:08

수정 2025.12.25 19:08

복약 편의성 높아 환자들 선호
셀트리온, 최대 25% 체중 감량
근손실 줄인 치료제 개발 공식화
일동제약,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
임상 1상서 체중 9.9% 감소 효과
'먹는 위고비'로 불리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내년 1월 출시를 앞두면서 오는 2030년 29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또 한 번 격변기를 맞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차세대 먹는 비만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주사제 중심이던 비만 치료 패러다임이 이번 FDA 승인을 계기로 경구용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오는 2030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00억달러(약 29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복약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 치료제는 주사제 대비 환자 선호도가 높아, 향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주사제보다 경구용·비주사제 비만약에 집중해 온 이유다.

셀트리온은 차세대 경구용 비만 치료제 CT-G32로 '후발주자의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CT-G32는 기존 위고비(GLP-1 단일)나 젭바운드(GLP-1·GIP 2중)를 넘어선 4중 작용제 전략을 채택했다.

체중 감량뿐 아니라 비만 치료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돼 온 근손실을 최소화하고, 지방 위주의 감량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셀트리온은 최대 25%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비반응군 비율을 5%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3종의 후보물질에 대한 동물 효능 평가를 진행 중이다. 내년 이후 본격적인 전임상 단계에 진입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H.O.P' 프로젝트를 통해 비만 치료 전주기 라인업 구축에 나섰다. 핵심 후보물질인 HM101460은 차세대 저분자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주사제 대비 복용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목표로 한다.

현재 전임상 단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확보하고 글로벌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주사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해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빠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다. 후보물질 ID110521156은 펩타이드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용 비만약이다.
위장 흡수율이 낮고 복용 조건이 까다로운 펩타이드 경구제의 한계를 극복했다. 임상 1상에서 4주 투여만으로 최대 9.9%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으며, 근육 손실 없이 지방 위주로 감량된 결과가 공개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주사에서 알약으로', '단일 작용에서 다중 작용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경구용 비만약은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