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일학개미 매도세 소강국면…'엔케리 청산 공포' 누그러지나

임상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5 19:09

수정 2025.12.25 19:08

엔화 금리 인상에도 日증시 상승
실질금리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
日 성장산업 지원 정책도 한몫
일학개미 매도세 소강국면…'엔케리 청산 공포' 누그러지나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인 이른바 '일학개미'의 매도세가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오히려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금리 인상에도 실질금리가 낮은 만큼 당장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는 낮다고 보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서 7876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전달 2억9193만달러와 비교해 73% 급감한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일본 증시에서 9개월 연속 순매도를 진행 중이다. :

기존에는 BOJ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일학개미의 매도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엔화 금리 인상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초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이자 차익을 얻는 전략이다. 일본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포지션의 청산 압력이 커져 글로벌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금리가 인상됐지만 시장 충격은 없었다. BOJ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건 지난 19일 오후로 일본 증시 거래가 활성화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같은날 일본 증시에서 일학개미의 순매도금액은 240만달러에 그쳤다. 올해 일학개미가 하루 평균 518만달러를 순매도했던 것과 비교해 적은 수준이다. 이후 일학개미는 △22일 1025만달러 △23일 604만달러 △24일 406만달러를 순매도해 매도공세가 꺾이는 양상이다.

일본 증시가 금리 인상 이후 오히려 상승한 영향이 커 보인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18일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 전 거래일 대비 1.03% 하락한 49001.50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금리 인상 발표 이후인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에 성공하며 5000선을 탈환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도 일본 정부의 성장 산업 지원 정책이 투자심리 개선 동력이 될 것이고, 이에 대형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BOJ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아직 실질금리가 낮아서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1월 기준 2.9%로, 인상된 금리 0.75%와 비교해 실질금리는 -2.15% 수준이다. 아울러 최근 일본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시사했으나, 급격한 변동은 일본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우려보단 완만한 기조가 예상되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인상됐지만 실질금리는 아직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엔캐리 청산 압력은 제한적"이라며 "엔캐리 트레이드를 진행한 투자자들이 청산을 진행할 만한 엔화 환율 수준이 형성될 때까지 금리 인상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imsh0214@fnnews.com 임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