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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커진 환율… 은행 대손충당금 압박도 커진다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5 19:10

수정 2025.12.25 19:10

이달 평균 환율 1470원대
중기 부실 확대·자본비율 부담
외화부채 보유 기업도 타격
변동성 커진 환율… 은행 대손충당금 압박도 커진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부실에 대비, 은행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대손충당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 부실 확대와 자본비율 부담이 충당금 압박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평균 달러당 1472.27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올해 6월 평균 1365.15원에서 7월 1376.92원으로 반등한 뒤 8월 1389.86원, 9월 1392.38원에 이어 10월(1424.83원)에는 1400원을 넘겼다.

11월 1460.44원으로 올랐고, 이달에도 상승 흐름을 보이며 한때 1480원을 넘기기도 했다. 지난 24일 외환당국의 강력한 정책 공세에 1450원 아래로 내려갔지만 이달 평균 환율은 여전히 1470원대를 넘는다.

환율 상승은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전반에 간접적인 부담을 주는 변수로 작용한다. 외화자산과 외화대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자본비율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외화부채를 보유한 기업과 수입원가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상환 및 비용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 약세는 최근 하락세인 은행권 대손충당금 적립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3·4분기 말 기준 국내은행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64.8%로 전분기 대비 0.7%p, 전년동기 대비로는 22.6%p 낮아졌다. 신규 부실 증가세가 일부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대손충당금 잔액이 27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000억원 감소하면서 충당금 적립 속도가 둔화됐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낮아질수록 부실 발생시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완충 여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대손충당금의 직접적인 결정 변수는 아니지만 중소기업 부실 확대와 자본비율 부담을 통해 충당금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환율 상승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충당금 적립 부담이 시차를 두고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우려를 지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즉시 손익에 반영된다.
내년 이자이익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충당금 적립을 확대할 경우 수익성과 자본비율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절적으로 4·4분기는 희망퇴직 등 비용이 늘어나고, 이자이익이 감소해 실적이 둔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도 가계대출 관리로 이자이익 성장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라 중소기업 여신 비중이 늘어날 경우 은행권의 자산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나 환율 변수에 따라 대손비용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