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골드만 삭스가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부실에 발목을 잡혔다.
골드만삭스가 상장 사모대출 자회사인 '골드만 삭스 BDC(GSBD)'의 내부 문제를 수습한 지 3년이 넘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전했다.
GBDC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기업개발회사(BCD)다. 주식 발행이나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사모신용 거래에 투입하고, 그 수익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높은 배당 성향 덕분에 BDC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인컴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최근 성적표는 초라하다. 부실 대출이 늘어나면서 GBDC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7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한 월가 애널리스트는 골드만 BDC의 신용 성과를 상장 BDC 26곳 가운데 25위로 평가했다. 월가 최정상 금융기관으로서는 이례적인 성적이다.
골드만은 경영진 교체와 함께 이자 지급을 유예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회사 측은 최근 취급한 신규 대출의 질은 개선됐고, 일부 재무 지표도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거에 취급한 '레거시 대출'이 여전히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데이비드 밀러 골드만 GBDC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추가 상각이 발생하는 자산은 회복 조짐이 없는 기존 투자 기업들"이라며 "이들을 제외하면 포트폴리오 전반의 상태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사모대출 구조조정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자산 가치 회복이 지연된다. 이는 주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다수의 BDC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올가을 일부 기업의 사기 의혹으로 금융권이 손실을 입은 이후, 사모신용 시장 전반에 '숨은 부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웰스파고의 BDC 담당 애널리스트 피니언 오셰이는 WSJ에 "핵심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신용 손실"이라며 "최근 경영진 체제에서 개선 조짐은 보이지만, BDC 운용 성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GBDC의 총자산은 약 34억 달러로, 골드만삭스가 운용하는 전체 사모신용 자산(약 1620억 달러)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례는 급성장해온 사모신용 시장이 경기 둔화 국면에서 어떤 리스크를 노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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