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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기본소득' 삭제한다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6 16:30

수정 2025.12.26 16:29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서울 도봉구 도봉산길 인근에서 열린 국민의힘 약자와의동행위원회 봉사활동을 마친 뒤 도봉구자원순환센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서울 도봉구 도봉산길 인근에서 열린 국민의힘 약자와의동행위원회 봉사활동을 마친 뒤 도봉구자원순환센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중도확장을 시도하겠다며 '쇄신 모드'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정강·정책 1조에 실린 '기본소득' 문구 삭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소득을 진보적 의제로 보고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는 취지다.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당 정강·정책 1조에 명시된 기본소득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기본 정책 1조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나라' 1항에는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고 적혀 있다.

이는 2020년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총선에서 패배한 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주도한 변화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이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 감소와 이에 따른 소득 감소를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진보 색채를 띤 정책이라 '좌클릭'이라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기본소득 개념을 삭제하는 정강·정책 개정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논의됐다. 5월 18일 열린 대선후보 1차 TV토론 과정에서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실천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당 차원에서 입장을 바꾸실 것이냐"고 지적했고, 김 후보는 "몰랐다"며 "기본소득은 사실 개념 자체가 맞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기본소득을 문구를 삭제하는 정강·정책 개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던 만큼 무기한 연기됐다.

당시 당 관계자는 "후보가 약속을 했기 때문에 대선이 끝난다고 해서 흐지부지되게 할 수 없다"며 "대선이 끝나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체제가 들어선 이후 '보수의 가치'를 수차례 강조했던 만큼, 정강·정책 개정 목소리가 재차 제기됐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강령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며 "기본소득 문구를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장 대표가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명 개정과 맞물려서 함께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보수의 정체성을 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처럼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단어를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진보정당의 기본소득 의제와 달리 하후상박 구조의 복지 정책을 내세우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의 디딤돌소득(안심소득)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지난 23일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를 나누어 주는 기본소득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포기한 '무차별적 복지'에 불과하다"며 "디딤돌소득은 미래 세대에 빚이 아니라, 희망을 물려주는,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