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5세부터 전자담배를 사용해온 20대 여성이 폐암 진단을 받고 보행이 어려워져 재활을 통해 다시 걷는 법을 배워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케일리 보다(22)는 15세 때부터 전자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재사용형 제품을 이용하다가 20세가 되면서 일회용 전자담배로 교체했다. 이후 일주일에 600퍼프 용량의 제품 한 개를 소비할 만큼 사용 빈도가 급격히 늘었다.
2025년 1월부터 케일리는 폐에서 갈색 입자가 혼합된 점액을 기침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를 토하는 객혈 증상이 발현되자, 2025년 3월 실시된 흉부 X-ray 검사에서 오른쪽 폐 하엽에 이상 소견이 포착됐다. 이후 7차례의 생검을 거쳐 8월 폐암 진단이 내려졌다.
진단 당시 병기는 1기였으나, 9월 오른쪽 폐 하엽 및 주변 림프절 절제 수술 도중 인접 림프절 6곳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서 병기는 3기로 상향 조정됐다.
수술 후 심각한 후유증과 전자담배 의심
수술 이후 케일리는 심각한 호흡곤란과 전신 쇠약 증세로 인해 보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재활 과정을 통해 다시 걷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이어서 시작된 항암치료에서도 극심한 부작용이 발생하여 현재 치료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폐암의 정확한 원인을 명확히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으나, 흡연과 전자담배 사용이 폐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케일리는 자신의 증상이 일회용 전자담배 사용 이후 발현됐고 가족력 또한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전자담배를 주요 원인으로 의심한다.
그는 진단 이후 전자담배를 완전히 중단했으며, 가족 및 주변인들에게도 사용 중단을 권유하고 있다.
청소년 전자담배, 성장기 신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기의 전자담배 사용은 단순한 기호 문제가 아닌, 성장 단계에 있는 신체와 뇌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학적 위험 요인으로 평가된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덜 해롭다는 인식이 퍼져 있으나, 이러한 비교는 성인 흡연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청소년에게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가장 중대한 우려 사항은 니코틴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다. 청소년기의 뇌는 전전두엽을 중심으로 20대 중반까지 성숙 과정을 거치며, 이 부위는 판단력과 충동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
니코틴은 뇌의 보상 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신경 연결 형성을 방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주의력 저하, 충동성 증대, 불안 및 우울 증상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전자담배는 흡입 시 자극이 적어 니코틴 섭취량을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워, 높은 의존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흡기 건강 측면에서도 전자담배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전자담배 증기에는 초미세입자와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기도와 폐 조직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보고에 따르면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자는 만성 기침, 호흡곤란, 천식 악화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은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혈관 기능을 저하시켜 심혈관계에 부담을 가한다. 이러한 자극이 성장기에 반복될 경우, 향후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이 조기에 축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불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이후 일반 담배 흡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이트웨이 효과' 또한 다수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국제 보건기구,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에 경고
국제 보건기구 및 주요 의학 단체들은 전자담배를 청소년에게 결코 안전한 제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전자담배는 금연을 시도하는 성인 흡연자에게 제한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뿐, 비흡연 청소년에게는 사용 시작 자체가 명백한 건강 위험으로 간주된다.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은 단순한 예방을 넘어 적극적인 차단과 조기 개입이 요구되는 공중보건 문제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지속적인 경고가 나오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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