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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 처음" K-철강, 15년 만에 생산량 바닥 추락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8 14:42

수정 2025.12.28 14:42

경북 포항시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한국 철강 생산량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 과잉,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이어지면서 철강 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정부도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28일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500만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감소했다. 올해 1~11월 누적 생산량 역시 5610만t으로 작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조강 생산량은 철강산업 전반의 흐름은 물론 중소·중견사를 포함한 한 국가 철강업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이 같은 감소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6100만t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2010년(5891만5000t) 이래 15년 만의 최저치다. 이달 들어 제강사들이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연말 철근 생산을 일찍 중단하거나 감산에 나서면서 12월 조강 생산량은 지난달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철강 경기가 침체된건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은 11월 한 달에만 조강 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10.9% 급감하면서 올해 1~11월 누적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독일(-9.3%), 러시아(-5.0%), 일본(-3.9%), 브라질(-1.5%)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인도(+10.3%), 미국(+3.2%), 튀르키예(+2.0%) 등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대로면 올해 전 세계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 가량 감소할 것이 유력하다.

문제는 내년 글로벌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세계철강협회는 중국 시장의 감소폭 둔화를 전제 아래 내년 철강 생산량이 올해보다 1.3% 늘어날 것으로 지난 10월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건설·부동산 부문 수요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까지 강화되고 있어 내년 철강 경기는 여전히 먹구름이 짙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최근 2년간 내수 부진의 여파로 철강 생산량이 급감한 가운데, 내수가 추가로 더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반면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내년에는 관세 장벽 등 각국의 보호무역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이는 결국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정부도 내년에는 석유화학은 물론 철강 산업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K-스틸법을 토대로 한 사업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R&D)에 착수한 반면 중국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며 기술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