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동안 4조5000억달러(약 6491조원) 규모의 M&A가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올해 미디어부터 산업 업종에 이르기까지 M&A가 활발했다면서 그 규모가 최소 100억달러(약 14조4300억원)가 넘는 것만 68건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증시가 호황이어서 M&A 관심이 높아진 데다 시장 주변에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자금도 풍부하고, 미국의 규제도 완화되면서 전략적 M&A가 활발해진 덕이다.
런던증권거래소(LSE)그룹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M&A 규모는 1년 사이 50% 가까이 폭증해 4조5000억달러를 기록했다.
LSEG에 따르면 역대 최고 기록은 팬데믹 여파로 증시가 급등세를 탔던 2021년에 기록한 5조9000억달러이다.
투자은행 센터뷰 파트너스의 토니 김 공동사장은 “지난 10년 이 정도 규모의 M&A는 못 봤다”면서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M&A가 성공하려면 많은 중요한 요인들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한다면서 지금 현재 그런 요인들이 모두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M&A가 폭증하면서 투자은행들은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보다 9% 증가한 1350억달러 수수료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내 M&A 규모는 2조3000억달러로 1998년 이후 전 세계 M&A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라자드의 글로벌 M&A 책임자 마크 맥매스터는 “현재 위험 선호가 강한 데다 돈의 흐름이 뒷받침되고 있고, 반독점 규제 환경도 느슨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M&A가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21년과 올해 최대 빅2 M&A에 미디어 그룹 워너브라더스(WBD)가 이름을 올렸다.
워너는 2021년 경쟁사 디스커버리를 인수해 WBD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에는 넷플릭스에 인수되기로 합의했다. 파라마운트가 적대적 M&A를 선언하며 군불까지 때고 있다.
대형 M&A가 올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소규모 M&A는 회복세가 더디다. 전년비 25% 증가한 8890억달러에 그쳤다.
중소형 M&A를 주도하는 사모펀드 같은 이른바 ‘바이아웃’ 그룹의 활동은 여전히 높은 금리로 차입매수(LBO) 비용 부담에 발목이 잡혀 있다.
덩치를 키우려는 동종 기업끼리의 대규모 M&A가 시장을 주도하고, 기업을 인수해 쪼개 팔거나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바이아웃 그룹들의 M&A는 제한적이다.
JP모건 체이스의 글로벌 M&A 책임자 아누 아이옌가는 바이아웃 그룹처럼 M&A를 주도하는 금융 자본의 활동이 부진한 가운데 기업들 간에 덩치를 키우려는 실질적인 M&A가 활발하다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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