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탈모인 희소식, 모낭복제 시대 올까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7 16:07

수정 2025.12.27 16:06

모발 성장 관여하는 '진피유두세포' 성질 유지가 핵심
유의미한 성과 많지만 아직 연구실 문 밖으로 나서기에는 이른 단계
모낭복제의 키는 '진피유두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냈으나 복잡한 모낭의 구조와 사람 특유의 성장 주기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아직까지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치료라고할 만한 것은 탈모 약, 모발 이식 등이다. 사진: 언스플래쉬
모낭복제의 키는 '진피유두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냈으나 복잡한 모낭의 구조와 사람 특유의 성장 주기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아직까지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치료라고할 만한 것은 탈모 약, 모발 이식 등이다. 사진: 언스플래쉬


[파이낸셜뉴스] “머리카락 복제, 언제쯤 가능할까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연구한 주제다. 한 번만 세포를 얻어두면 원하는 만큼 모낭을 만들어내는 기술, 모낭복제. 모낭복제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김진오 원장이 파이낸셜뉴스와 함께 칼럼을 연재합니다. 그는 EBS <평생학교> MBN <특집다큐H>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며 탈모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오직 탈모에 의한, 탈모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김진오 원장의 탈모 A to Z를 기대해 주세요.


모낭복제의 핵심 세포, 진피유두세포

모낭복제 기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모발 세포가 배양되는 순간부터 본래 성질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이다.

모근에는 ‘진피유두세포’라는 성장을 결정하는 세포가 있다. 모발의 굵기와 속도, 자라는 주기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모낭복제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세포를 실험실로 옮겨와 키우기 시작하면 상황이 변한다. 모발을 만들도록 설계된 유전자 대신 염증이나 상처 반응에서 보일법한 신호들이 강하게 나타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모낭을 만드는 능력이 흐릿해지는 것. 최근 연구에서도 신선한 세포와 배양한 세포를 비교했을 때 배양한 세포에서는 성장에 필요한 유전자가 줄어들고 스트레스·섬유화 관련 유전자가 올라간다는 결과가 반복됐다.

핵심은 모발의 성장 기능 살리는 것

그러나 세포의 성질을 되살리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졌고,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입체 배양(3D 방식)이다. 세포를 평평한 접시 위에 펼쳐 키우는 대신 실제 피부와 비슷한 구조인 작은 덩어리 형태로 배양하면 고유 기능이 일부 되돌아온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렇게 키운 세포를 피부와 조합했을 때 새로운 모낭 구조가 생긴 경우도 있었다.

또 배양 과정에서 생기는 노화세포를 없애면 잃어버렸던 기능이 되살아난다는 연구도 있다. 노화된 세포는 주변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를 제거했을 때 머리카락을 만들려는 힘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인간'이라 더 어려운 모낭 복제의 길

그러나 이런 성과들을 바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사람의 모낭은 매우 복잡하다. 쥐처럼 털이 무성하고 모낭 재생이 활발한 동물은 같은 조건에서 새로운 털이 쉽게 자란다. 그러나 사람 모낭은 구조도 복잡하고 성장 주기도 길다. 연구실에서 조합한 세포가 사람 피부에서도 일정한 굵기와 방향, 생착률을 보여야 한다. 아직은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다른 문제는 사람의 세포가 가진 특징이다. 사람의 세포는 배양을 반복할수록 분열 속도가 느려지고 기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모낭을 유도하는 힘이 약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를 막기 위해 여러 조절 기술이 연구되고 있지만,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부분도 있다. 머리카락은 단순히 줄기처럼 자라는 구조가 아니라, 피지선·혈관·면역환경·주변 피부 구조와 모두 연결된 작은 기관이다. 이 복잡한 생태계를 실험실에서 그대로 재현하기란 쉽지 않다. 세포만 많이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과학적 문제뿐 아니라 제조 공정·규제·비용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환자마다 세포를 따로 채취하고, 오염 없이 배양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확인한 뒤 다시 이식하는 과정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 단계까지 모두 충족시키는 기술은 아직 개발 중에 있다.

여전히 멀지만 선명해진 모낭복제의 길

아직까지 가장 믿을 만한 치료는 여전히 약물, 주사치료, 모발이식이다. 모낭복제는 서서히 준비되고 있는 미래의 기술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최근 연구들은 진피유두세포가 잃어버린 유전자 프로그램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단서를 하나씩 찾아내고 있다. 입체 배양, 노화세포 제거, 피부 환경 재현 기술까지 서로 결합되면서 조금씩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모낭복제 기술은 아직 연구실 문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 방향만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 김진오 원장. 방송 출연, 유튜브 콘텐츠 촬영, 도서 출판과 칼럼 기고까지 '탈모' 정복을 위한 여정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퀄리티 탈모 커뮤니티 <모아시스>에 기고하고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사진: 뉴헤어모발성형외과
뉴헤어모발성형외과의 김진오 원장. 방송 출연, 유튜브 콘텐츠 촬영, 도서 출판과 칼럼 기고까지 '탈모' 정복을 위한 여정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퀄리티 탈모 커뮤니티 <모아시스> 에 기고하고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사진: 뉴헤어모발성형외과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