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트럼프 관세 최종 승자는 멕시코(?)…대미 수출 늘고 교역규모 사상 최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8 07:50

수정 2025.12.28 07:50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의 비위를 잘 맞추고, 인접국이라는 지리적 이점까지 갖춘 멕시코가 올해 미국 관세 전쟁의 최종 승자로 부상했다. 왼쪽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의 비위를 잘 맞추고, 인접국이라는 지리적 이점까지 갖춘 멕시코가 올해 미국 관세 전쟁의 최종 승자로 부상했다. 왼쪽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AFP 연합

멕시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최종 승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나 경제공동체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이전 정권의 ‘유물’로 보고 재협상 의지를 불태우는 동안 멕시코는 트럼프가 주도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덕에 낮은 관세율로 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USMCA 당사국으로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관세전쟁 속 ‘나 홀로’ 성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연초 관세 전쟁을 시작한 뒤 예상치 못하게 멕시코가 그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 통계에 따르면 멕시코의 대미 제조 수출은 올 1~11월 전년동기대비 9% 가까이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이 6% 감소한 것을 빼면 다른 제조 수출은 17% 급증했다.

덕분에 양국 교역 규모는 올해 9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방의 날’ 최종 승자

멕시코가 예상 밖의 승자가 된 것은 트럼프의 USMCA 덕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1기 집권 시기 주도해 타결한 USMCA를 토대로 지난 4월 2일 멕시코를 주요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트럼프는 그 날을 ‘해방의 날’이라며 대부분 미 교역 상대국들에 막대한 관세를 물렸다.

멕시코는 이 관세에서 벗어나면서 실효관세율이 현재 4.7%로 주요 대미 교역국 가운데 가장 낮다. 중국은 37.1%, 한국은 10~15% 수준이고, 세계 평균은 10% 수준이다.

셰인바움의 선택

멕시코는 트럼프의 비위를 잘 맞춰 이 같은 혜택을 봤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미국의 요구로 접경 지역에서 마약 단속을 강화했고, 마약 카르텔 수장을 미국에 넘겨줬다. 또 미국의 대중 공급망 봉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국산 자동차 등에 50% 관세도 물렸다.

WSJ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 수출품의 85%는 USMCA의 적용을 받아 무관세 혜택을 본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댄 인접국이라는 이점도 누리고 있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인건비는 싸고, 공급망인 미국과 통합돼 있어 이른바 ‘니어쇼어링(nearshoring)’ 혜택을 보고 있다.

AI 패권 전쟁 ‘어부지리’

멕시코는 미중 AI 패권 다툼에서도 어부지리를 챙기고 있다.

미국에서 AI 모델 학습을 위한 거대 데이터센터 건설이 붐을 타는 가운데 여기에 들어가는 서버 랙과 부품을 멕시코가 조달하고 있다.

폭스콘, 콴타 등 대만계 서버 제조사들이 엔비디아 AI 칩을 탑재한 AI 서버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멕시코로 대거 이전하고 있다.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 주는 새로운 AI 제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들어가던 서버가 이제는 대만에서 설계하고 멕시코에서 조립해 미국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공급망이 만들어지고 있다.

멕시코는 아울러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변압기, 전력 설비 등 전력 인프라의 대미 공급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

멕시코 전력 장비 업체 프로렉은 미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합작한 프로렉GE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필수적인 초고압, 배전 변압기를 생산한다.

북미 최대 건식 변압기 제조사인 HPS는 누에보레온주의 몬테레이 등에서 변압기를 생산해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가전, 전력 장비 업체들도 합류

멕시코에 세계 최대 규모 가전 생산라인을 갖춘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이들은 멕시코에 데이터센터용 공조 시스템이나 전원 공급 장치 생산 라인을 설치하며 미국에 관련 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한국 업체들도 멕시코 공장을 통해 미국에 관련 제품을 공급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