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청와대 시대가 29일부터 다시 열린다.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약 3년 7개월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 청와대로 출근하는 날인 이날 자정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용산에서 내려가 청와대에 게양된다.
2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은 청와대로 환원되고 업무표장(로고)도 과거 청와대 사용 로고로 복귀한다. 봉황기는 한국 국가수반을 상징하는 깃발로 대통령의 주 집무실이 있는 곳에 상시 게양된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번 복귀가 단순한 집무실 이동을 넘어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와의 정치적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도 청와대 복귀에 따라 국정 운영의 안정적 재정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다만 청와대 복귀가 곧바로 청와대의 숙제를 지우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지리적 특성과 현대사적 맥락 속에서 민심과 유리된 구중궁궐, 권위주의적 권력 작동의 상징으로 비판받아 왔다. 새 청와대 운영이 과거의 거리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간의 상징성보다 운영 방식에서 변화를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참모진의 업무공간을 여민관 중심으로 배치해 '일하는 청와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본관과 여민관에 설치된 집무실 가운데 여민관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소화할 전망이다. 핵심 참모인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 사무실도 여민관에 있어 신속한 보고·결정 체계를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와 실행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경호·통제 방식 역시 과거 구중궁궐 논란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경호처는 주변 등산로 통제를 최소화하고 광화문·경복궁·청와대·삼청동 일대 동선에 대한 통제도 기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과의 소통 확대를 위해 국정 생중계 등 공개 방식도 유지·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청와대 관저 정비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이 대통령은 당분간 한남동 관저에서 청와대로 출퇴근한다. 관저는 내년 상반기 중 보수 작업과 보안 점검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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