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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부동산경매, 조급함 버리고 맥락 읽어야"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8 18:06

수정 2025.12.28 18:05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 소장
단순 가격경쟁으로 생각하면 오판
경매 나온 과정·관계 이해가 핵심
실거주·투자 등 목적 명확히 해야
내년 상반기까지 우량물건 많을듯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 소장. 법무법인 명도 제공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 소장. 법무법인 명도 제공
"경매를 누군가의 손해 위에 내 이익을 얹는 구조로 보면, 시장을 잘못 보게 됩니다."

2025년 한 해는 부동산 규제 강화와 거래위축 속에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해였다. 매매 시장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수요가 법원 경매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 소장(61·사진)은 28일 "경매는 단순한 가격경쟁이 아니라 관계와 맥락을 읽는 경제"라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경매를 "각자의 사정과 선택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라고 정의한다.

특히 경매를 숫자의 싸움이나 제로섬 게임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시장을 오해하게 만든다고 본다. 누군가의 손해를 전제로 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접근은 개별 사정과 위험을 충분히 보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경매의 가장 큰 매력으로 '가격'과 '주도성'을 꼽았다. "경매의 장점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일반 매매와 달리 입찰 참가자가 가격을 능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경매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온전히 참여자가 짊어진다는 점에서 경매는 판단력과 자기 통제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강 소장이 말하는 경매의 본질은 수익창출 기법을 넘어선다. 권리분석이나 물건분석은 기본에 불과하며, 낙찰 대상이 된 부동산에 얽힌 사정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사람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경매를 '관계를 읽는 경제'로 규정한다.

이 같은 철학은 경매 참여 기준에서도 드러난다. 강 소장은 "경매에 나서기 전 실수요자인지, 투자자인지 목적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모든 권리가 소멸되는지,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지 등 추가 비용 발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건분석 역시 중요하다. 감정가와 실제 시세는 다를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가격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이 과정에서 경매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자신의 이익이 상대의 손해 위에 서지 않도록 균형을 고민하는 태도야말로 경매를 지속가능한 시장으로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매 시장이 유튜브와 강의를 중심으로 빠르게 대중화되는 흐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단기간의 성과와 수익, 저가낙찰 가능성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방식은 실제 시장보다 과장된 기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조급함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2026년에 대한 전망은 차분하다. 강 소장은 2025년 경매 시장을 금융위기 이후 역대급 물건이 등장한 시기로 평가하며, 2026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선호 지역의 우량물건도 대기하고 있는 만큼 조급함에 따른 고가 낙찰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은현 소장은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마쳤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넘게 경매 현장을 지켜왔으며, 2023년 9월 법무법인 명도에 합류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비롯해 명지대, 한양사이버대, 서울디지털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