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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에서 예방으로"… 반려동물 헬스케어 패러다임 바꾼다 [C리즈]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8 18:14

수정 2025.12.28 18:44

구강 세포만으로 유전병 조기 진단
최근 종양 보조진단 영역으로 확장
국내 동물병원 135곳에서 서비스
대만 이어 해외 각국 러브콜 쇄도
글로벌 표준 플랫폼 구축 목표
박준호 피터페터 대표가 반려견 유전자 검사 키트인 '도그마'로 구강 상피 세포를 채취 중이다. 피터페터 제공
박준호 피터페터 대표가 반려견 유전자 검사 키트인 '도그마'로 구강 상피 세포를 채취 중이다. 피터페터 제공
"반려동물은 대체로 아프고 난 뒤 치료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피터페터는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대비하는 예방형 헬스케어'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박준호 피터페터 대표(사진)는 28일 "예방 중심의 유전 질환 검사에서 종양 보조진단 영역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며 글로벌 반려동물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터페터는 반려견·반려묘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질병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보호자와 수의사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관리 가이드를 제공한다. 박 대표는 사람 의료 영역에서 활용하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반려동물에게도 적용하면 질병 발생 전부터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 창업에 나섰다.

피터페터의 대표 서비스는 반려견 유전자 검사 '도그마'와 반려묘 검사 '캣터링'이다. 간단한 구강 상피 세포 채취만으로 품종별 주요 유전 질환은 물론 심장·신장·안과·관절 질환과 연관된 유전적 위험 요인을 분석한다. 검사 결과는 단순한 유전자 유무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질환별 위험도 해석과 생활 관리 가이드, 추가 검사 권고 등을 포함한 '케어 리포트' 형태로 제공한다.

최근에는 종양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수의사의 임상 판단을 보조할 수 있는 데이터로 활용하는 등 서비스 영역을 진단 보조로 확장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관리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보호자는 피터페터 유전자 검사에서 추간판 질환(IVDD) 고위험 결과를 확인한 뒤 수의사 상담을 통해 생활 환경을 조정했다.

박 대표는 "발병 전부터 위험도를 알고 관리하면 발병 시점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해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터페터의 서비스는 주요 대학 동물병원을 포함해 전국 135개 동물병원에서 활용 중이다. 검사 결과는 동물병원 전용 웹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며 진료 상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또 피터페터는 한국애견연맹, 한국애묘인연합과 협력해 개·고양이 브리더를 대상으로 유전 질환 관리, 혈통·친자 확인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번식으로 인한 유전병 대물림 문제를 해결한다. 피터페터는 한우 등 대동물의 혈통·질병·생산성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프라임 마크'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대만 시장에서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성과를 냈다. 일본, 필리핀을 포함해 중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중동 일부 국가에서도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운영하는 기업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코오롱 인더스트리, 농심, 교원 등과 협업한 것이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됐다. 대기업과의 협업이 해외 파트너와의 논의에서 신뢰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박 대표는 "장기적으로 DNA 기반 개체 식별(ID) 검사와 각국 동물등록제를 결합해 등록·식별·건강관리가 하나로 연결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