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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서 기업투자로 '생산적 금융'… 인사기조는 변화보다 '안정' [금융권 2025 결산]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8 18:33

수정 2025.12.28 18:32

(1) 은행권
5대 금융지주 5년간 508조원
생산적 금융·포용금융에 투입
가계대출 줄고 기업대출 늘어
리스크 관리·전략 연속성 중시
가계대출서 기업투자로 '생산적 금융'… 인사기조는 변화보다 '안정' [금융권 2025 결산]
2025년 은행권은 가계대출 중심의 외형 확장에서 벗어나 산업·기업금융으로 방향타를 돌린 한 해로 평가된다. 이른바 '생산적 금융'의 본격화다. 동시에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은행권은 '안정'을 택하는 모습이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849조93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3.57%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하반기(7월~12월 24일)에만 19조8425억원이 늘어나며 기업금융 확대 흐름이 뚜렷해졌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상반기(1~6월) 월평균 3조4499억원 증가했지만 하반기(7~12월)에는 월평균 증가 폭이 2조623억원으로 축소됐다. 12월(24일 기준)의 경우 전월 대비 9258억원 순감소, 증가세가 멈췄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가계대출 중심의 금융에서 벗어나 산업·기업의 투자와 성장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금융 기조를 의미한다. 은행권이 성장 전략을 산업 성장과 연계된 금융 역할 강화로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 투자계획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총 508조원을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투입한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10조원 규모의 계획을 내놨고, NH농협금융은 108조원, 하나금융은 100조원, 우리금융은 80조원을 제시했다. 단순 여신 확대를 넘어 투자·출자, 구조화 금융, 정책금융 연계까지 포괄한 자금 공급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인사 기조에서는 '안정'이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주요 금융지주는 대내외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 이후 국면, 환율 변동성 확대, 자산건전성 부담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규모 쇄신보다는 검증된 최고경영자(CEO)와 핵심 경영진을 유지했다.

KB금융그룹은 연말 계열사 CEO 인사에서 성과가 검증된 5개 계열사 대표를 유임시켰다. 주력 계열사 가운데 변화를 준 곳은 KB증권 투자은행(IB) 부문 각자 대표와 KB저축은행에 그쳤다. 신한금융그룹도 진옥동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데 이어 임원 인사에서 그룹 경영진 7명 가운데 5명을 연임하는 등 대규모 교체 대신 연속성과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0일 열린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7개 계열사 가운데 6곳의 CEO를 재신임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임종룡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전략 연속성을 중시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을 통한 외형 성장이 제약된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 확대, 자산건전성 관리, 자본비율 유지라는 중장기 과제가 동시에 놓인 데다 경기 불확실성과 환율 급등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금융지주들이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