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력기기 필수 원재료
금·은·구리값 폭등 속 니켈도 불안
빅테크와 판매가 마찰 가능성도
'없어서 못파는' 공급자 우위땐
상승분 일부 수요자로 옮겨갈듯
금·은·구리값 폭등 속 니켈도 불안
빅테크와 판매가 마찰 가능성도
'없어서 못파는' 공급자 우위땐
상승분 일부 수요자로 옮겨갈듯
대기업 소재·부품·장비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희토류 잠재 매장국인 베트남 등 자원부국들이 핵심광물에 대한 생산량 조절, 수출금지 등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어 첨단산업의 핵심광물들을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조짐이다.
■내년 초 가격 마찰 불가피
28일 업계에 따르면 AI 인프라 관련 산업에 쓰이는 주요 귀금속 가격이 최근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원가 압박이 커질 경우 내년 상반기 중으로 빅테크 등 주요 고객사들과 가격마찰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국면에 놓일 경우 판매가격 조정협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역시 협상력이 있는 대기업들의 얘기다. 리스크 헤지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5일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원자재 가격 상승'(23.6%)을 꼽은 바 있다.
■'공급자 우위'로 전환 여부 촉각
올 들어 AI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글로벌 전력 생산량이 2024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1000TWh 이상, 2035년에는 1300TWh까지 폭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 공급자(반도체, 기판, 전선, 변압기 등) 우위 시장으로 재편이 앞당겨질 경우 국내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변압기와 고압 케이블, 메모리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시장이 나타나면서 원가상승 압박이 일정 부분 수요자 쪽으로 전가되는 양상도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에 따르면 지난해 변압기 납기(주문 시점부터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걸리는 소요시간)는 평균 120주, 대형 변압기는 최대 210주에 달했다. 지금 주문하더라도 수년 후에나 받을 정도로 공급 대비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변압기와 전선 업계의 경우 전력 인프라의 핵심 원자재인 구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나, 수요처에서 가격 인상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변압기 1대에 구리가 10t 정도 사용된다"면서도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다면 원가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임수빈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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