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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 할만큼 해" 달러 지출 감소... 배터리3사 '고환율 파고' 비켜갔다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8 18:33

수정 2025.12.28 18:32

올 시설투자 작년보다 크게 줄어
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 확실시되는 고환율 기조에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규모 미국 투자가 정점을 지나면서 올해 시설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하는 등 달러화 지출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다.

28일 국내 배터리 3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4분기 누적 유형자산 취득금액은 8조514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시설투자로 9조165억원을 지출했던 것에 비해 5.6%(5017억원) 줄어든 수치다.

삼성SDI는 올해 1~9월 누적 유형자산 취득금액이 2조41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조778억원) 대비 40.9%(1조6674억원) 감소했다. SK온의 올해 3·4분기 누적 유형자산 취득금액도 3조1825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8480억원) 대비 59.5%(4조6655억원) 축소됐다.

이같이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설투자 비용이 올해 크게 감소한 것을 두고 최근 고공행진 중인 환율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생산과 매출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의 특성상 원자재·장비 조달 거래가 달러화로 이뤄지는데,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돼 배터리 회사들이 효율화 기조로 전환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SK온은 지난달 발표한 사업보고서에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2.5%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해외 판매법인을 경유하는 비율은 1.9%에 그쳤고, 본사 및 해외 생산법인 직접판매 비중이 90.6%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해외 생산법인이 국외에서 직접판매하는 비율이 83.6%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에 따라 내부 투자계획이 바뀌지는 않는다"면서도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이 거의 끝났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배터리사들이 달러화 표시 차입금에 대해 통화선도와 통화스와프 계약 등으로 위험을 헤지(환율 가격변동에 대비해 미리 가격을 고정하거나 위험을 분산하는 거래)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SK온은 환율이 5% 상승(하락)할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이 26억300만원 감소(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SK온의 3·4분기 누적 영업손실(4907억원)과 비교할 때 매우 작은 규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 예상 환율변동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환위험이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