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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참사 기억해달라"... 우원식 "국정조사로 진상 규명"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9 11:15

수정 2025.12.29 11:49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이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주기 추모식 현장에 마련된 방명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이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주기 추모식 현장에 마련된 방명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엄마, 아빠 벌써 1년이 되었네요. 하늘에서 편히 쉬시고 저희 잘 지켜봐 주세요. 사랑합니다. 많이 보고 싶어요. 언젠간 다시 만나요." (김태희)

무안국제공항(전남)=김동호 기자】 12·29 여객기 참사 1년을 맞은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는 29일 1주기 추모 행사가 개최됐다. 행사가 진행된 2층 한 측 벽면에는 희생자와 유족들을 추모하고 응원하는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오전 8시부터 입장을 시작한 유족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손을 맞잡고 어깨를 기대며 서로 안부를 전하며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1층 합동 분향소를 들른 유족들은 헌화를 하며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재명 "참사 원인 규명 최선"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과 해외여행을 마치고, 해외에서의 출장과 업무를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던 179분의 소중한 삶이 순식간에 비극으로 변했다"라며 "어떤 말로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추모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형식적 약속이나 공허한 말이 아닌, 실질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고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명확하지 않은 진실과 형식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지적하며, 유족들에 대한 일상적인 돌봄과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2차 가해로부터의 국가의 보호를 요구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족들의 시간은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에 멈춰있다. 국민 모두가 함께 기억하고 연대할 때 시간이 다시 흐를 수 있다"라며 항철위 독립 약속이 선언이 아닌 제도로, 형식이 아닌 진실로 이어지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폐 없는 조사, 배제 없는 참여, 예외 없는 책임, 그리고 다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를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더딘 진상규명과 희미해지는 기억,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이 유족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진실 규명을 묻는 이유에 대해 "진실을 묻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가족 손주택씨는 "사람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국민들이나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사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 김성철씨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위로를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슬픔이 더 깊어지고, 더 분하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사진=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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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호 기자
사진=김동호 기자
우원식 "국정조사, 국회 책임 다할 것"
우원식 국회의장도 추모식에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해 국회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는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40일간 활동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과소평가나 항공기 엔진 등 기체 결함,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 관련 설계·시공·관리 과정에서의 총체적인 부실 등이 참사를 유발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참사 발생 후 사고 조사 과정에서 국가 기관 등에 의한 축소·은폐 시도가 이뤄졌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우 의장은 "제자리에 멈춰 있는 진상 규명의 진실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진상 조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국회의 책임과 권한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의 알 권리가 가로막혀서는 안되고, 명예훼손이 방치되어서는 안되는 만큼 피해자 보호에 힘쓰겠다"고 부연했다.

추모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 진행됐지만, 희생자들의 추모 영상을 상영하면서 유족들의 슬픔이 복받쳐 오른 오열이 터져 숙연함이 감돌았다.
행사는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유가족들이 직접 손글씨로 쓴 항공기 탑승권(보딩 패스) 형식 편지가 담긴 메시지 박스를 전달하며 마무리됐다.

앞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7C2216편)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국제공항 착륙을 앞두고 조류충돌로 동체 비상착륙 도중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LLZ) 안테나 콘크리트 둔덕을 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