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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공적 시스템 훼손한 영부인"…'V0' 의혹 밝힌 180일(종합2보)

뉴시스

입력 2025.12.29 13:58

수정 2025.12.29 13:58

김건희 특검 180일간 수사 종료…'3대특검' 종료 특검, 김건희·윤석열 등 76명 기소…재판만 31건 尹 공천개입 확인에도, 金 매관매직에도 법 한계 "합당한 처벌 못해 안타까워…입법적 보완 필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관련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관련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박선정 김래현 오정우 기자 = 180일 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마친 민중기 특별검사는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민간인에 불과한 김 여사가 '대통령의 배우자'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권한이 없는 각종 인사와 공천에 폭넓게 개입했다고 규정한 것이다.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의 행위를 '현대판 매관매직',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향유'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죄에 상응하는 마땅한 처벌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청탁금지법 등 관련 법규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7월 2일~12월 28일 180일 동안 총 31건에 대해 76명(중복 포함, 제외 시 66명)을 재판에 넘겼다.

김 여사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비롯한 20명은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을 확보한 채 기소했다.

민 특검은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의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각종 인사와 공천에도 폭넓게 개입했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이 됐음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다"고 규정했다.

◆'V0' 규정…"공통분모 없는 다수의 청탁 실현"

특검은 김 여사가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사업가 서성빈씨 ▲김상민 전 부장검사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 부부 ▲최재영 목사로부터 합계 3억7725만원의 각종 귀금속과 명품을 받았다고 봤다.

이들은 공통 분모가 없다. 그러면서 각자 바라는 인사와 공천, 이권을 청탁했다. 김 여사에게 금품과 함께 건너간 청탁은 대부분 실현되거나 일부 이뤄졌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같이 전하며 "대통령의 배우자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수사 결과 확인됐다"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 내내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는 "다른 공범들이 모두 처벌되는 동안에도 법 밖에서 처벌을 피해왔던 김건희 등의 공모 사실을 새로이 밝혀 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민중기(앞줄 오른쪽) 특별검사와 특검보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관련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민중기 특검, 김형근, 오정희, 박상진, 문홍주, 김경호, 박노수 특검보. 2025.12.2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민중기(앞줄 오른쪽) 특별검사와 특검보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관련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민중기 특검, 김형근, 오정희, 박상진, 문홍주, 김경호, 박노수 특검보. 2025.12.29. xconfind@newsis.com
◆"尹과 정치 공동체…도덕적 해이 속 정교유착"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정치공동체'로 규정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당선을 목적으로 명씨로부터 2억744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 받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판단이다.

오정희 특검보는 "김건희가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단계부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해 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경찰 국수본에서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은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김 여사의 개입이 단초였다고 봤다.

박상진 특검보는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김건희가 국정에 개입하는 등 통일교의 청탁 실현을 위해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됐다"며 "통일교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조직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대통령 선거 및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통일교 지도자의 정교일치 욕망,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대통령 배우자 및 정권 실세의 도덕적 해이와 준법정신 결여, 정권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이권 추구 등이 결합하여 빚어낸 결과"라고 질타했다.

◆"金 매관매직 합당 처벌 부족…법률 보완 필요"

김 여사나 윤 전 대통령의 신분은 이들을 재판에 넘길 때에도 골칫거리였다고 특검은 전했다.

대통령의 배우자나 대통령 당선인을 공직자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서 공무원만 처벌 가능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뇌물수수죄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

특검은 막판 관심이던 '매관매직' 뇌물죄 적용 여부도 결국 국수본에 공을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이 부인했지만, '김 여사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금품수수 사실을 과연 몰랐을까'라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이를 알았다고 볼 증거는 충분치 않고 부부 모두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경우 매관매직 의혹 사건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형이 징역 5년 이하로, 다른 범죄와 합쳐지는 경합범으로 가중 처벌돼도 징역 7년 6개월이 최대다.

또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명씨의 공짜 여론조사를 받은 후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당선인을 공직자로 보는 규정이 없어 일단 이첩했다. 다만 '공천개입 본건'이 아니라 여론조사를 주고 받은 대목(정치자금법 위반)은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합당한 처벌에 부족함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 특검보는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질서 파괴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라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시키고, 대통령 영부인의 형사처벌에 있어 공무원 의제규정을 두어 금품수수의 경우에는 공직자에 준해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도록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봐주기' 의혹 등 결론 못내…국수본 이첩

박노수 특검보를 비롯한 비(非)검찰 전담수사팀이 조사해 왔던 '김건희 봐주기' 의혹은 결국 검찰 수뇌부에 대한 대면 조사가 불발된 채 경찰로 넘어간다.

박 특검보는 "수사무마 또는 봐주기 수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김건희 특검이 출범하는 한 원인이 됐다"며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압수물에 대한 분석 결과, 수사무마 의혹 사건과 관해 이후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유의미한 내용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지난해 5월 김 여사가 당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취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정황 등을 토대로 수사 무마 시도가 있었는지 조사해 왔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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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대부분의 피의자 및 참고인들이 소환에 불응했다. 특검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서면 질문지를 보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20대 대선 당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의혹도 일부 이첩됐다. 주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시세조종 행위 관련 발언들이다. 공소시효가 1달여 밖에 남지 않은 의혹들로 꼽힌다.

김 여사와 앞서 기소한 삼부토건·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세력들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끝내 규명하지 못하고 국수본에 이첩해 수사를 이어가도록 했다. 코바나콘텐츠 뇌물성 협찬 및 '집사 게이트' 등 투자금을 집행한 기업들도 수사가 더 필요하다며 이첩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받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연루된 2022년 지방선거 강원도지사·경남도지사·강서구청장·포항시장 등 공천개입 ▲지난해 총선 김상민 전 검사 공천개입 의혹도 함께 이첩됐다.

또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공사업체 선정에 관여했다는 부당개입 사실은 확인했으나 피의자로 인지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위관계자' 등 소위 '윗선' 수사를 다 못 끝내 국수본에 이첩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과 관해서도 국토교통부 등 감독 기관이 객관적 자료를 왜곡해 '도로를 튼' 정황을 포착했으나 실무자들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원희룡 전 장관 등 '윗선' 수사는 국수본에 넘겼다.

그 밖에 ▲종묘 차담회 의혹 ▲해군 함정 선상파티 의혹 ▲측근 딸 학교폭력 무마 의혹 ▲20대 대선 비밀선거캠프 의혹(서희건설 무혐의) ▲자생한방병원 비자금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도 국수본에 이첩했다.


특검은 이날부터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해 총 31건의 재판을 최종 판결 확정까지 대응하게 된다. 검사 등 파견 인력은 단계별로 감축하고, 특별검사보 6명도 향후 재판 상황에 따라 순차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민 특검은 "수사는 종결됐지만 앞으로 공소유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시간상 제약과 능력부족 등으로 인해 처리 못한 여러 사건은 법에 따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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