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년째 시간이 멈춰 선 무안공항 둔덕... 주저앉은 유족들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9 16:03

수정 2025.12.29 16:36

유족들 "자료공개·구속 0건" 국정조사 주목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맞아 29일 전남 무안공항 둔덕을 찾은 유족들이 가족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잔해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맞아 29일 전남 무안공항 둔덕을 찾은 유족들이 가족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잔해를 살피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무안(전남)=김동호 기자】12·29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찾은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외곽을 들어서자 1년째 시간이 멈춰 선 채 사고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로컬라이저 둔덕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고, 땅이 파이고, 장정 10명도 못 들 콘크리트 더미는 둔덕에서 10m 넘게 떨어져 나와 있어 참사 당시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29일 사고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는 둔덕 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날이 오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12월 생일을 맞은 희생자 16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유족들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가족들의 방문을 알았는지, 12월의 바람은 활주로 허허벌판 속에서도 햇살을 품어 다소 포근하게까지 느껴졌다.



하늘로 보내는 편지를 보내고 잔해를 둘러본 유족들은 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혹여라도 가족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일부 유족은 주저앉아 잔해를 들어보고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조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둔덕 △기체·엔진 △운항 등 4개 분야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지난 4~5일 공청회를 통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유가족과 국회 12·29 참사 특별위원회 공식 요청, 현장 안전 등을 이유로 연기됐다. 공청회에서는 조류 분포와 이동 특성, 조류 충돌 경위와 더불어 사고를 키웠다고 지목받은 둔덕의 규정 충족 여부 및 사고에 미친 영향 등을 시뮬레이션 자료로 공개할 예정이었다.

무안공항 둔덕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항공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 시설물로 분류됐다. 충돌시 쉽게 파손되는 재질이 아니라 콘크리트 격벽과 상판을 포함한 둔덕 형태로 조성돼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항공기 사고 발생 시 충격을 흡수해야 할 안전시설이 오히려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위는 내년 1월 30일까지 총 40일 동안 사고 원인과 책임 주체, 부실 조사 여부 등을 따진다. 조사 범위에는 사고 여객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소재의 구조물이 참사를 유발했는지도 포함된다. 특위는 내년 1월 20일 현장조사 및 유가족 간담회를 열고, 1월 22일에는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우리는 179분의 시신으로 첫 번째 장례를 치렀고, 179분의 시편으로 두 번째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이 고통을 미쳐 감당하지 못한 네 분의 유가족으로 세 번째 장례를 치르고 있다"라며 "179분이 희생된 참사에 대해 국가는 자료 공개 0건, 책임자 구속 0건으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국정조사가 자료 공개의 시작이 되고, 올바른 조사로 전환되는 분명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회 국정조사와 더불어 항철위의 국무총리실 소속 독립기구로 이관하는 법률안이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국회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
유족들이 요구하던 조사의 독립성 확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에서 시간이 멈춰 선 29일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 사진=김동호 기자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에서 시간이 멈춰 선 29일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 사진=김동호 기자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